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시에 있는 발전소의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연방대법원이 연방환경청(EPA )의 온실가스 감축 지시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 대법원은 30일(현지시각) 환경청은 미국 전체 주에 대해 온실가스 방출량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18개의 공화당 주지사가 집권한 주 정부 및 미국의 일부 석탄회사들이 환경청을 상대로 제기했다. 대법원 판사들은 6대3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파기한 지난 24일 판결에 이은 미국 대법원의 보수적이고 퇴행적인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환경청은 환경과 관련한 소비자 보호, 작업장 안전, 대중 보건 등에 대한 규제 권한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19개 주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책이 계속되면, 석탄 발전이 금지돼 큰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참가한 미주리주의 법무장관 에릭 슈미트는 이 판결이 “바이든 환경청의 일자리 죽이기 규제를 되돌리는 큰 승리”라고 환영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환경청이 향후 규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으나, 의회가 그런 권한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회는 앞서 환경청이 제안한 탄소 제한 프로그램을 거부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19개 주가 방출한 온실가스는 지난 2018년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방출량의 44%를 차지했다. 이 주들은 2000년 이후 온실가스를 평균 7% 감축했을 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즉각 “엄청나게 파괴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이 판결로 기후변화 대책 노력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이번 판결로 기후변화를 막는데 필요한 각종 대책들이 큰 제한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바이든 행정부는 온실가스 방출 감축을 이들 주의 재량에만 의지하거나, 의회의 입장 변화에 기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기했던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다짐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방출량은 2005년 수준에 비해 52%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방출에서 14%를 차지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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