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9명과 함께 희생된 미국 텍사스주 롭초등학교 교사들 사진이 30일 학교 입구 양쪽에 놓여 있다. 유밸디/AFP 연합뉴스
뉴욕주 식료품점과 텍사스주 초등학교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형 총기 사고 직후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은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 11건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건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반대로 규제 강화가 어렵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의 결단만 계속 촉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각) 4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총기 난사로 규정하는 비정부기구 ‘총기 폭력 아카이브’ 집계를 보면, 이날까지 사흘간 이어진 메모리얼데이(한국의 현충일 개념) 연휴 중 총기 난사 11건이 발생해 7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쳤다.
연휴 총격 사건들 중에는 28일 밤 테네시주 채터누가 중심가에서 서로 다른 일행들끼리의 다툼 끝에 총격전이 벌어져 15살짜리 5명과 13살짜리 1명이 다친 사건도 포함됐다. 이들 중 2명은 위독한 상태다. 이밖에도 연휴를 맞아 곳곳에서 열린 축제와 파티에서 총기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새벽 오클라호마주 태프트의 메모리얼데이 축제 현장에서도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전날 텍사스주 초등학교 사건 현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30일에도 자신의 권한으로는 효과적인 규제를 할 수 없다며 의회의 협조를 재차 호소했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총기 보유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2조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로서는 총기를 불법화할 수도 신원조회에 변화를 줄 수도 없다”고 했다. 대통령 행정명령에는 한계가 분명하니까 의회가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잇따라 발생한 대형 총격 사건에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강화를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협상안에는 정신적 문제를 지닌 사람들의 총기 보유를 더 철저히 차단한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지만, 대형 참사 때마다 등장하는 돌격소총의 판매 금지 등 강력한 대응책에 대한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잇단 참사를 지켜본 이웃나라 캐나다는 강력한 총기 규제에 착수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캐나다 전역에서 권총 구매, 판매, 이전, 수입 불법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캐나다는 이미 1500가지의 군용 소총 등을 금지했으며, 이런 무기 소지자들은 의무적으로 정부에 유상으로 반납하도록 할 계획이다. 캐나다 정부는 총기 소지자 신원조회도 강화했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에서 잇따른 참사를 계기로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며 “우리는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행동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전력이 있는 사람이 보유한 총기를 회수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시켰다. 캐나다 정부는 2020년 노바스코샤주에서 22명이 숨진 자국 사상 최악의 총기 사고 이후 규제 강화를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브루스 헤이먼 전 캐나다 주재 미국대사는 “캐나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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