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조현 한국대사와 얘기하고 있다. 유엔본부/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추가 제재를 논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상반된 입장만 확인했다. 이달 4일과 7일 북한이 각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로도 중·러의 추가 제재 반대 입장은 여전함이 확인된 것이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 같은 도발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험한 행동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들어 잇따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원유와 정제유 공급량을 연간 각각 200만배럴과 25만배럴로 지금의 절반까지 축소하는 추가 제재안을 지난달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시켰다. 미국은 이달 안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의 두 구성원들”이 안보리가 자제하면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중·러를 비판했다. 그는 “침묵과 자제는 확실히 효과가 없었다”며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암묵적 승인을 중단하고 행동을 취할 때”라고 말했다.
중·러는 추가 제재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의 추가 제재 결의 초안에 대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적절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중국과 다른 안보리 구성원들의 합리적 제안에는 눈을 감은 채 제재의 마술적 힘이라는 미신에 빠져 있다”고 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중·러가 발의한 대북 제재 일부 해제 초안이 있다며, 제재를 일부 풀면 “관련국들이 협상 노력을 강화하도록 고무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이 이달 말께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가운데 소집됐다. 이런 전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달 20~24일 한국 및 일본 방문과 맞물려 분위기를 더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중국 쪽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장준 대사는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중국이 막고 싶은 것은 새로운 핵실험”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북한을 자극해 추가적 행동에 나서게 할 가능성 때문에 제재 강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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