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가 방치돼 있다. 체르니히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장군들이 다수 목숨을 잃은 데는 미국의 정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 장군 전사가 빈발하는 배경에는 러시아군 동향에 대한 미국의 정보 제공이 있다고 미국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2월 개전 이래 러시아 장군 12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표적에 대한 실시간 정보 제공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밀 지원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러시아군 작전 계획에 따른 병력 이동이 그런 정보라며, 미국은 자주 바뀌는 러시아군 이동 사령부 위치 등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군사위성과 상업위성이 러시아군 추적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에 정보를 건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여기에다 자체 수집한 정보와 감청 내용 등을 종합해 표적을 설정하고 공격한다.
전·현직 미군 관계자들은 러시아 장군들이 보안이 취약한 전화기와 무전기를 쓰는 것도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했다. 유럽 주둔 미국 육군사령관을 지낸 프레더릭 호지스는 “전화기에 대고 숨기는 것 없이 말하는 사람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지나치게 중앙 집중화된 체계 탓에 최전선으로 출동하는 일이 잦은 것도 러시아 장군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다. 표적에 닿으면 폭발하는 휴대용 드론 등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러시아군 지휘부 타격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러시아 영토 내 군사 목표 정보는 우크라이나에 주지 않지만 정보 제공 범위를 늘려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3일 상원 청문회에서 “상당한 양의 정보가 우크라이나로 넘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최근 돈바스를 방문했을 때 우크라이나군이 가한 공격은 미국의 정보에 바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러시아군 최고위층 정보는 우크라이나에 주지 않는다고 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당시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미국은 확인된 정보는 아니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는 “러시아 장군들을 사살하려는 의도로” 전투 정보를 넘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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