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행사 연설 중 웃음짓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6년 만에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언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공화당을 희화화하며 풍자 감각을 과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저녁(현지시각) 워싱턴의 한 호텔 볼룸에서 열린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 행사에서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서서는 “여러분들 중 실제로 갈채를 보내는 42%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업무 수행 지지도가 42%밖에 안 나왔다는 것을 뜻하는 농담이었다. 이어 “오늘 밤, 나보다 지지도가 낮은 유일한 미국인 집단(기자들)과 함께 있으니 정말 신난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1924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연례 만찬은 현직 대통령이 거의 대부분 참석해왔으며, 언론과 대통령 간에 신랄한 풍자와 유머로 유명하다. 정치인과 관료, 연예인 등 각계 명사들도 참여하는 대형 행사로 올해는 2600여명이 모였다. 기성 언론에 적대감을 나타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4년 임기 내내 참석하지 않았다. 2020·2021년에는 코로나 탓에 행사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정적으로 2024년 대선에서 재대결이 예상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놀림감으로 삼았다. 그는 “만약 내 전임자가 올해 여기에 왔다고 생각해보라”며 “그건 실제로 쿠데타가 성공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6일 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을 무산시키려고 난동을 부추긴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또 “<폭스 뉴스>한테 정말 미안하다. 당신들이 좋아하는 후보가 졌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중이라 이런 대형 행사 개최가 가능했다면서 “<폭스 뉴스> 기자들도 다 여기에 있다. 백신 접종받고 부스터 샷도 맞았다”고 했다. 접종 확대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매체 기자들이 백신 접종과 항원검사 음성 결과를 필요로 하는 이 행사에는 왔다고 비꼰 셈이다. 그는 1월에 고약한 질문을 던지는 <폭스 뉴스> 기자에게 “진짜 멍청한 개XX”라고 욕을 퍼붓기도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들은 공화당이 더 이상 아버지 때 공화당이 아니라고 한다”며 “로널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한테 ‘이 장벽(베를린장벽)을 해체하자’고 했다. 오늘날 공화당은 미키 마우스 하우스를 해체하려 하고 곧 신데렐라성에 쳐들어갈 것”이라고 해 또 웃음을 유발했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플로리다주 의회가 최근 디즈니월드의 특별행정구역 자격 박탈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꼬집은 말이다. 플로리다주 의회는 디즈니사가 성교육에 관한 보수적 법률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이런 보복을 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적 분열을 말하다가 “남은 내 임기 6년 동안은 잘될 것”이라는 말로 재선 도전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연설 후반부는 진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심각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밖에서는 2차대전 후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의 기초가 된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가 공격당하”고 “안에서는 우리의 민주주의에 독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용기를 미국 기자들의 용기 덕에 지켜보고 있다”, “당신들은 진실의 수호자”라며 기자들을 추어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에게 마이크를 넘기면서 “대통령을 놀려도 모스크바처럼 감옥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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