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주민이 19일 파괴된 아파트 건물 앞에서 울먹이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쪽이 우크라이나군에 전투기도 제공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밝혔다. 전투기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원조 요구 목록 최상위에 있었지만 미국 등이 제공을 꺼려온 것으로,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과의 돈바스 지역 격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2주 전보다 활용 가능한 고정익 전투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추가적인 비행기와 비행기 부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비행대 규모가 커진 것은 “그런 종류의 비행기에 대한 경험을 지닌 다른 국가들이 더 많은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어느 국가가 어떤 기종의 전투기를 얼마나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제공하지는 않았으며, 미군은 일부 부품의 수송을 도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전투기 완제품을 제공받고, 그동안 부품 부족으로 작전 투입이 불가능했던 기존 전투기들을 운용할 수 있도록 부품도 공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초기부터 전투기 제공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조종사들이 운용할 수 있는 옛 소련제 미그-29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미국산 전투기를 제공하는 대신 해당 국가가 미그-29기를 넘겨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의 이웃나라 폴란드가 독일 미군기지를 경유해 미그-29기 28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미국 정치권에서도 전투기를 제공하자고 주장했지만, 미국 정부는 전투기 제공 자체가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전투기는 단시간에 러시아 영공으로 침투할 수 있는 무기라는 점도 반대의 근거로 들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제공은 그 규모에 따라 전쟁 판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애초 제공권을 쉽게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던 러시아군은 공중에서 우위를 점하고는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망에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공군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러시아군 대공미사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보유 전투기 운용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달 폴란드의 제안 사례를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부품을 제공한 국가는 옛 소련제 전투기를 보유한 동유럽 국가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곡사포 등 강력한 화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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