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미국-멕시코 국경의 강을 건너다 익사한 30대 니카라과 여성 장례식에서 친척들이 관을 앞에 두고 울먹이고 있다. 마나과/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미국으로의 월경을 시도하다 체포당한 이들 수가 2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3월에 미국-멕시코 국경을 무단으로 넘다 붙잡힌 이들은 모두 21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2월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월경 시도자 급증은 정치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에서는 이런 공약에 고무된 중남미인들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이 문제를 11월 중간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삼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월경 시도는 코로나19에 따른 입경 제한 강화 조처가 풀리면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망명 신청자 등의 추방을 신속화하는 조처를 시행했다. 이 조처는 다음달 23일까지만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달 추방된 이들의 절반가량이 이 조처를 적용받았다. ‘타이틀 42’로 불리는 이 국경 통제 강화 조처는 2020년 3월 이래 170만명을 추방하는 데 사용됐다. 공화당은 ‘타이틀 42’를 계속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려는 이주 희망자들은 절반 이상이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출신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비중남미 출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극적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 두 딸의 엄마인 32살 멕시코 여성이 미국 애리조나주와의 사이에 설치된 국경 장벽에서 질식사했다. 이 여성은 장벽 꼭대기에서 고꾸라지면서 장벽을 타는 데 이용한 밧줄에 몸이 감겨 숨졌다. <가디언>는 1998년 이래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적어도 7천명에 달한다고 지난해 집계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