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233년 만에 깨진 벽…미 최초 ‘흑인여성’ 대법관 탄생

등록 2022-04-08 13:16수정 2022-04-08 13:46

상원투표 53-47 잭슨 지명자 인준…바이든 “역사적 순간”
공화당 ‘극좌’ 몰이 낙마시도에도 당내 롬니 등 3명 반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7일 백악관에서 텔레비전으로 상원 인준 투표를 지켜보던 중 통과가 확실해지자 서로 손잡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7일 백악관에서 텔레비전으로 상원 인준 투표를 지켜보던 중 통과가 확실해지자 서로 손잡고 기뻐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33년 역사의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다.

미국 상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52)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의 연방대법관 인준안을 찬성 53 대 반대 47표로 통과시켰다.

천대 받아온 대표적 그룹에서 처음으로 최고 법관이 탄생하는 순간 상원 회의장의 민주당 의원석과 방청석에서 환호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백악관에서 함께 텔레비전으로 인준안 투표를 지켜보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잭슨 지명자는 얼싸안고, 화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나라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런 이정표는 몇 세대 전에 세워졌어야 한다”, “과거에 이런 롤모델이 있었다면 몇 세대에 걸쳐 수백만 어린이가 혜택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인준 투표 통과는 최근까지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갈수록 큰 정쟁의 대상이 돼온 연방대법관 자리를 놓고 개최된 인준 청문회에서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며칠간 이어진 청문회에서 공화당은 일반적으로 진보로 분류되는 잭슨 지명자의 판결 성향을 “극단적 자유주의” 또는 “극좌”라고 몰아붙이며 낙마를 시도했다. 상원에서는 주요 공직자 인준 때 당론 투표 경향이 강화됐는데, 현재 의석 분포는 민주·공화당이 각각 50석으로 같다. 여당인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하나라도 나오면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는 낙마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에도 번번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온 민주당의 조 맨친 의원이 반대하는 바람에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지명자가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화당 여성 의원들인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와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가 당의 경계를 넘어 잭슨 지명자에게 표를 줬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자란 잭슨 지명자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로펌 변호사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뒤 지난해 6월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은퇴를 선언해 그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스티븐 브라이어(84) 대법관의 재판연구원(로클러크)으로도 활동했다.

같은 세대의 다른 많은 흑인들처럼 잭슨 지명자의 부모도 흑백 분리 학교를 다니는 등 일상적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한다. 백악관은 그의 지명 당시, 잭슨 지명자가 고교생 때 하버드대를 가겠다고 하자 지도교사가 “너무 높은 목표”라며 반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준안 통과 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데릭 존슨 회장은 “몇주 동안 이어진 인종주의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며, 속이 뒤틀리는 공격을 겪으면서 우리는 마침내 그를 잭슨 대법관이라고 부를 수 있기를 고대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흑인 여성 대법관 기용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를 지명하는 등 과거 대통령들에 비해 흑인 여성들을 중용해왔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은 1981년(샌드라 오코너)에야 탄생했다. 잭슨 지명자는 6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 된다. 그의 연방대법원 입성으로 오코너 이후 41년 만에 연방대법원에서는 대법관 9명 중 4명을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린샤오쥔 ‘금’ 위해…중국 팀 동료 ‘밀어주기’ 반칙 정황 1.

[단독] 린샤오쥔 ‘금’ 위해…중국 팀 동료 ‘밀어주기’ 반칙 정황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2.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 3.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

500m 금 따고 통곡한 린샤오쥔…중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 4.

500m 금 따고 통곡한 린샤오쥔…중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

타이 여성 100여명 조지아로 유인해 난자 적출…“수사 중” 5.

타이 여성 100여명 조지아로 유인해 난자 적출…“수사 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