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4일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논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맞아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6일(현지시각) 전화 브리핑에서 김 주석 생일을 맞아 북한이 추가 행동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월15일 기념일과 관련해 북한이 또 다른 도발적 행동에 나설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발적 행동’은 핵실험을 뜻하냐는 질문에 “너무 추측하고 싶지는 않지만 미사일 발사일 수도 핵실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추가 도발을 자제하기를 확실히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의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김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제재 시도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진척되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 및 러시아와 (추가 제재를) 논의해왔다”면서도 “이제까지는 그들과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고 전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모든 범위의 우려에 귀를 기울이고 어려운 주제들을 다룰 의지를 갖고 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자는 제안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이런 메시지가 평양에 전달되고, 그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북-미 대화의 재개는 2018년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토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보여줄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보낸 ‘한-미 정책 협의 대표단’을 만나 이런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런 행위를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알게 하기 위해 강력한 행동”을 취하는 것도 거론됐다고 했다.
셔먼 부장관이 말한 ‘신뢰할 만한 억지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시험발사나 핵실험에 대응해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는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강력한 행동’의 예로는 제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한국의 미사일 발사, 한-미 연합훈련 등을 제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