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코로나19 백신 2차 부스터샷을 맞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29일(현지시각) ‘2022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 요약본을 통해 상대의 핵 위협이나 공격이 없더라도 “극단적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때 내세운 ‘핵 공격에만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단일 목적’ 원칙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핵태세 검토 보고서 요약본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미국과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에 대한 핵무기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미국과 동맹, 파트너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보고서에 ‘극단적 상황’이라는 표현이 포함될 것이라며, 이는 핵무기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 생화학 무기,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는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포린 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핵무기로 공격받을 경우에만 핵무기를 써야 한다는 ‘단일 목적’ 원칙을 밝혔다. 취임 뒤에도 “군 및 동맹들과 상의해 이런 신념을 실행에 옮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럽 동맹국들과 일본 등은 중국과 러시아의 재래식 무력에 대한 핵무기의 억제 효과가 계속 필요하다면서 이 같은 원칙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전달해 왔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점도 이번 보고서 내용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은 지난 70여년간 유지해온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는 핵무기 사용 독트린을 유지한 셈이 됐다.
미국 국방부는 이어 새 핵태세 검토 보고서가 “핵무기의 역할 감소와 군축에서 우리의 지도력 재건이라는 약속을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략적 안정을 지속하고, 값비싼 군비 경쟁 방지를 추구할 것이며, 가능한 분야에서 위험 감소와 군축 협의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핵 없는 세계’라는 대의 명분을 내세웠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을 부정하고, 핵무기의 역할 확대와 새 핵무기의 개발을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2018년)와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앞선 보도에서 이 보고서가 1조달러(약 1211조원) 이상이 소요될 핵무기 현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