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 폴란드 동부에 배치된 미군 82공수사단 장병들과 지난 25일 피자로 식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폴란드에 배치된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에 장비 사용 훈련을 시켜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엔엔>(CNN)은 29일 폴란드 주둔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의 사용법을 우크라이나군에 직접 교육시키고 있다고 이 문제를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군 항공기와 탱크에 대응하는 스팅어 대공미사일, 재블린 대전차미사일과 탄약 등의 공급을 늘려왔다. 또 러시아군의 동향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직접 접촉하며 훈련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밖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직접 병력을 투입해 개입하진 않겠다고 분명한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직접 무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군사적 지원을 통해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3년도 회계연도 예산안을 제출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돕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이 관심을 끌자 한 백악관 관계자는 “폴란드에는 미군과 주기적으로 교류하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있는데, 대통령은 그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시엔엔>에 현지 상황을 설명한 소식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25일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폴란드 동부 미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어떻게 훈련시키는지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규 훈련이라고 할 순 없는 수준이지만, 미군이 폴란드를 통해 공급되는 자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 병력에 넘겨주고 대전차 미사일 등의 사용법을 교육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이 제공하는 재블린 대전차미사일 등은 러시아군의 진격 차단에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전후해 폴란드 동부에 병력을 증파했는데, 이들이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미군 지휘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듯 ‘훈련’의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설명을 내놨다. 토드 월터스 미군 유럽사령관 겸 나토 연합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우크라이나로 공급되는 무기에 관해 “조언과 조력을 제공했었다”면서도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온 병력을 훈련시키는 과정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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