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조지아주의 커머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순회하며 ‘트럼프의 미국 구하기’라는 제목의 집회를 열고 있다. 커머스/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법원 판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6일 의사당 난동 사태와 관련해 중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의회 조사에 탄력을 줄 뿐 아니라 그의 기소 가능성을 띄우는 판단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의 데이비드 카터 판사는 28일(현지시각) 의사당 난동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조사위원회가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존 이스트먼이 보낸 이메일들을 열람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카터 판사는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 인증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부정하게 방해하려고 시도한 게 거의 확실하다”며 “이런 계획의 불법성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이스트먼과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선거를 뒤엎으려는, 미국 역사에 전례가 없는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의회 조사위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이스트먼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낸 이메일들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터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시도를 “쿠데타”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건 당일 지지자들 집회에서 부정선거 탓에 자신이 패배했다고 주장하며 의사당으로 몰려갈 것을 촉구해 수천명이 난동에 참여하도록 부추겼다. 또 당시 상원의장이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에게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이스트먼과 연락하며 대응을 상의했다. 이스트먼은 하원 조사위의 이메일 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이를 법원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카터 판사는 “이스트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며 사실상 그를 공범으로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의사당 난동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으려는 민주당 쪽에 크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조사위는 그가 이 사건과 관련해 여러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조사위는 조사 결과를 종합해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 위원장인 베니 톰슨 의원과 부위원장 리즈 체니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어 “오늘 법원의 결정은 법치의 승리이며, 위원회가 조사에 필요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길을 열어줬다”고 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공화당의 리즈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공화당 내부의 반발 속에서도 조사위에서 적극 활동하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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