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혁신법을 주제로 한 주지사들과의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한 첫 통화에서 기후변화, 코로나19, 공급망 등 “세계의 핵심 과제들”에 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새 정부의 한-미 관계 구상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단순한 축하 인사를 넘어 주요 국제 현안들에 대한 적극적 공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겨레>와 한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미가 북핵 문제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난제들을 놓고도 협력과 조율을 하는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었다면서 차기 정부의 신속한 노선 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윤 당선자가 ‘동맹’을 강조해온 만큼 양국 간에 이견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교섭 특사는 “북한이 올해 들어 11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데 이어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나라가 북한과 관여하는 ‘하나의 전략’에 합의하는 게 두 배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는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을 재개한다면 한-미는 연합군사훈련 재개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한국 담당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가장 큰 차이는 ‘억제’(군사력을 강화해 상대의 도발을 제한하는 것)를 강조하는 쪽으로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가 억제를 강화하면서도 북한이 선택할 경우에 대비해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과 비핵화를 놓고 대화 관계를 수립하지도 못하고 그들이 군사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을 계속하는 것을 막지도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동맹들을 동원하는 것은 한국의 새 정부에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나이더 국장은 “새 한국 정부에 가장 큰 도전은 중국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도입하고 집행하느냐, (이와 관련해) 미국과의 일치된 노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도 “중국이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이기 때문에 분명히 한국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국가 안보 문제에서는 한-미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르면 5월 하순께 열리는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달 10일에 취임하는 윤 당선자와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의 총체적 청사진과 주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5월 전까지 빠르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오미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통해 안보 위주 동맹에서 포괄적 동맹으로 간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올라간 상황에서 한-미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초반에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안보, 경제, 에너지 등의 문제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위기를 조성했다”며 “또 북핵, 공급망, 중-러 밀착 등 많은 이슈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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