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8일 의회 브리핑에 출석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미국은 “동시에 두 개의 전쟁 지역에 깊은 관여를 지속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감퇴시킬 것이라는 시각을 반박하면서 중국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캠벨 조정관은 28일 저먼마셜펀드가 주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미국은 2차대전과 냉전 시대에 ‘두 개의 전쟁 지역’에 대한 관여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개의 전쟁 지역’에 관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렵지만 “미국과 이 세대 미국인들에게 그것이 요구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캠벨 조정관은 “행정부와 백악관 내에는 인도·태평양에서 우리의 모든 관여 요소를 유지한다는 인식과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세계가 주시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어색한” 상황에 직면했다고도 말했다.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전략 국장도 러시아의 행동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표에 대한 주의를 흩트리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억제를 노리고 적극 추진하는 인도·태평양전략의 동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세계 2·3위 군사 강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단결하고, 이들이 각각 유럽과 아시아에서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 견제에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이날 마이클 멀린 전 합동참모의장과 메건 오설리번 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 사절단이 대만 방문길에 오른 것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현직 고위 관리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백악관 및 행정부와의 조율”이 있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사절단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며 중국의 의도에 대해 더욱 불안해진 대만 고위 인사들을 만나 미국의 지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캠벨 조정관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에 폐기한 ‘두 개의 전쟁 동시 수행’ 독트린을 떠올리게 하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앞선 조지 부시 행정부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두 개의 갈등이 동시에 발생하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두 개의 전쟁을 수행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1월 군축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미국이 유럽과 아시아에서 두 개의 주요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유지한다는 이 독트린을 버렸다. 당시 하나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다른 한 지역에서는 전쟁을 억제한다는 ‘원 플러스’ 독트린으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균형’의 초점을 아시아·태평양 쪽으로 돌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른바 ‘재균형 정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만에 냉전 때의 숙적인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가 유럽에서 이웃 나라를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자 ‘두 개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다시 나온 셈이다. 맥락은 다르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월12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미국은 걸으면서 동시에 껌을 씹을 수 있다”며 동맹들과 협력해 두 위기에 다 대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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