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탄지 브라운 잭슨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가 25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온 대로 흑인 여성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51)을 25일(현지시각) 신임 연방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하면 미국 연방대법원 233년 역사에서 최초로 흑인 여성이 최고 법관 자리에 앉는다.
잭슨 지명자는 워싱턴 순회항소법원 판사로 진보적 성향의 판결을 많이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후보자들의 배경 조사 결과를 검토하던 중 잭슨 지명자가 관선 변호사 시절 불평등한 형량 산정을 교정하려고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의 판단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잭슨 지명자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와 로펌 변호사를 한 뒤 2013년부터 지방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6월 바이든 대통령이 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지난달 은퇴를 선언해 자신에게 대법관 자리를 내주는 스티븐 브레이어(84) 대법관의 재판연구원(로클러크)으로도 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브라운 지명자을 직접 소개하면서 “이제 우리 나라의 모든 유능한 사람들과 위대함을 반영하는 법원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자란 잭슨 지명자가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이었는데 하버드대로 진학하고 싶다고 하자, 그의 지도교사가 “너무 높은” 목표라며 반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잭슨 지명자가 연방대법원에 입성해도 보수 6, 진보 3이라는 기존 이념 구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그가 50대 초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종신직인 최고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미국 사회에 중요한 판결에 참여할 가능성이 많다.
미국에서 최초 여성 연방대법관이 탄생한 것은 1981년(샌드라 오코너)에 이르러서였다. 브라운 지명자는 상원을 통과하면 미국 사법사상 6번째 여성 연방대법관이 된다.
이번 인사로 유색인종 여성, 특히 흑인 여성을 상대적으로 중용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다시 발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흑인인 카멀라 해리스를 최초의 미국 여성 부통령으로 선택했다. 또 흑인 여성 마르시아 퍼지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기용하고, 유엔대사를 지낸 흑인 여성 수전 라이스를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 국장으로 앉혔다. 유엔대사에도 흑인 여성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를 기용했다.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부모가 대만 출신인 여성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