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광장에서 26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EPA 연합뉴스
미국 등이 일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 금융 결제망 스위프트(SWIFT)로부터 차단하기로 했다. 매우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불리는 이 조처에 나섬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정상들은 26일 낸 공동성명에서 선별된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망으로부터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 참여국들은 “우리는 러시아를 국제 금융 시스템과 우리들의 경제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대가 부과를 계속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며칠 안에 이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러시아 은행들의 스위프트망 배제를 논의해왔으나 일부 반대로 착수하지 못했었다. 독일은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면 에너지 수입 대금 결제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해왔다.
세계 200여개국 1만1천여개 금융기관들의 결제 연락망인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다른 나라 은행들과의 금융 결제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스위프트를 통해 하루 4200만건의 은행 간 결제 연락이 이뤄졌다. 자금 결제 확인, 무역 대금 및 외환 거래가 이 결제망을 통해 연결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도 러시아 은행들의 스위프트망 차단이 논의됐다며, 이때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 은행들이 완전히 배제되면 1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미국, 유럽, 캐나다 정상들은 또 “러시아 중앙은행이 우리의 제재 효과를 감퇴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쓰는 것을 차단”하겠다며 라시아 중앙은행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처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재 대상이 됐거나 앞으로 될 수 있는 러시아인들이 다른 나라 시민권을 획득해 제재를 피하는 ‘골든 패스포트’를 얻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과 유럽이 함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제재의 효과적 이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의 전쟁은 2차대전 후 기본적 국제 질서와 기준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는 이 전쟁이 푸틴의 전략적 실패라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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