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주말을 맞아 사저가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으로 가려고 마린원 헬리콥터에 오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동참할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의 제재 동참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공개된 유튜버 브라이언 타일러 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게는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3차대전을 시작하거나, 국제법 위반 행위를 하는 국가는 그 대가를 치르게 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해다. 이어 제재를 놓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이 완벽하게 단결하고 있다며 “유럽뿐 아니라 태평양의 일본과 한국, 오스트레일리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의 민주 국가들이 단결한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한국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통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획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공격에 대응한다는 공동의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러시아 은행들의 미국 은행들과의 거래 차단, 반도체와 컴퓨터 등 수출 통제를 포함하는 강도 높은 제재를 발동한 것에 대해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경제적, 정치적 제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도 러시아 은행들의 금융시장 접근 제한과 자산 동결,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함께 발표했다. 이어 25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산 동결이라는 직접 제재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도 국제 질서를 흔드는 주요 인물이라고 거론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나 시 주석 같은 독재자들의 행동으로 “우리는 지난 50년보다 앞으로 10년간 더 많은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시 주석은 상황이 너무 빨리 변해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에 대응하는) 합의에 이르는 시간이 없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가 제재 대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선박을 나포했다. 광범위한 제재 발동 이후 첫 가시적 조처다. 프랑스 해양 경찰은 26일 영국해협에서 차량들을 싣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러시아 화물선을 나포해 자국 북부 항구로 예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 선박은 제재 대상인 프롬스비야즈은행의 자회사가 소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은 러시아 정보기관장과 총리를 지낸 미하일 프랏코프의 아들로 역시 제재 대상인 표트르 프랏코프가 최고경영자로 있다.
독일 정부도 교전 지역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제공한다고 발표하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독일 정부는 이날 대전차 무기 1천개와 스팅어 방공미사일 500기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또 네덜란드가 보유한 로켓 추진 수류탄 발사기 400개와 에스토니아가 보유한 곡사포 8개 등 자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 국무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3억5천만달러(약 4215억원)어치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나토는 전날 사상 최초로 신속대응군 배치를 발표했다. 30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4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활성화겠다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투입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신속대응군에는 미군 7천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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