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대하는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과 그 지지자들이 8일 미국을 잇는 가장 붐비는 육상 통로인 앰배서더교 국경 검문소를 봉쇄하고 있다. 윈저/AFP 연합뉴스
미국과 캐나다를 잇는 가장 붐비는 육상 교통로를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봉쇄했다. 이미 캐나다 수도 오타와를 마비시킨 운전사들의 ‘봉기’가 위력을 더하면서 국제적으로 모방 시위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을 오가는 운전사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것에 반대하는 트럭 운전사들은 8일 온타리오주 윈저와 미국 디트로이트를 잇는 앰배서더교를 트럭들을 동원해 차단했다. 미국과 캐나다 언론들은 한때 다리가 전면 차단됐다가 이후 미국 쪽으로 제한적 차량 흐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2.6㎞에 이르는 앰배서더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인 미국~캐나다 국경에서 가장 교통량이 몰리는 곳이다.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를 연결하기 때문으로, 자동차 제조 관련 물동량이 많고 양쪽을 오가며 일하는 이들도 거쳐야 하는 다리다. 하루에 약 8천대의 트럭이 통과하고, 양국 무역량의 약 30%가 이 다리를 거쳐간다. 앰배서더교 봉쇄에 이곳으로부터 100㎞가량 떨어진 다른 국경 도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만약 앰배서더교 봉쇄가 이어진다면 미국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캐나다 경찰은 미국 몬태나주와 연결되는 주요 통로인 앨버타주 쿠츠의 국경도 트럭 운전사들이 봉쇄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에는 트럭 운전사 등 5천여명이 시위에 나서고 차량으로 도로를 메우면서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중심부가 마비됐다. 경찰이 체포와 차량 압류에 나섰지만 8일에도 일부 운전사들이 트럭 시위를 이어갔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자신들을 ‘자유의 수송대’라고 부르는 트럭 운전사들에게 차를 몰고 귀가하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날 의회에 나와 “그 사람들이 우리 경제와 우리의 민주주의와 우리 동료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봉쇄하고 있다.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시비시>(CBC) 방송은 트뤼도 총리가 주말에 안전을 위해 공관에서 대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의 실력 행사는 유럽과 미국 트럭 운전사들의 모방 시위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유럽 트럭 운전사들이 각국 수도에서 봉쇄 시위를 한 뒤 오는 1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모이자는 선동이 퍼지고 있다. 미국 트럭 운전사들 사이에서는 수도 워싱턴을 봉쇄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트럭 운전사들의 움직임이 격렬해지는 데에는 극우 조직과 인사들의 결합 등 정치적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위대한 캐나다 트럭 운전사들은 우리가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캐나다 시위 현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흉내낸 ‘캐나다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을 충분히 겁먹게 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자유를 거둬달라고 할 것이다. 이게 독재로 가는 길이다”라며 ‘자유를 위한 수송대’를 격려했다. 그는 도로를 봉쇄한 트럭 행렬 사진을 올리고서는 “멋진 트럭들”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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