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월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 받은 친서를 자랑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 받은 친서 등 15상자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빼돌렸다가 반환했다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7일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임기가 끝난 뒤 상당량의 대통령기록물을 개인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져가 보관하다가 지난달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요청을 받고 인계했다.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관련 자료들은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끝날 때 백악관에서 우리한테 넘겨졌여야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은 백악관을 떠나는 전직 대통령은 통치와 관련된 자료 전부를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인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자료 인계 관련자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환한 자료에는 김정은 위원장한테 받은 친서도 한 통 포함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세 차례 만났고, 친서를 통해서도 양국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추진했다. 그는 김 위원장한테 받은 친서를 “러브 레터”로 부르기도 했다. 친서 봉투를 흔들며 자랑하기도 하고, 외국 정상의 친서는 공개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으나 그한테 받은 편지도 마러라고 리조트에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에는 떠나는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에게 사적으로 조언하는 내용의 편지를 집무실에 남겨놓는 전통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생산된 자료를 빼돌리거나 훼손했다는 논란은 하원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1월6일 발생한 의사당 난동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조사위는 난동 사건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입 범위를 조사하려고 이 무렵의 백악관 자료 제출을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록을 고의로 빼돌리거나 훼손했다는 의혹이 이어진 가운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 등을 찢는 습관이 있어 자료 훼손도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2018년 이래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의 기록 담당 직원들이 찢어진 자료를 찾아내 테이프로 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백악관에서 기록 관리를 담당한 직원들은 갈기갈기 찢긴 문서를 스카치테이프로 퍼즐을 맞추듯 이어 붙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복원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파손된 채로 넘어온 자료들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은 외국 정상들한테 받은 개인적 서한이나 선물은 가져가도 되는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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