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가운데)가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뒤 8개국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대북 제재 이행을 점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연례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전날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제출된 보고서 발췌본을 입수했다며,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북한은 핵분열 물질 생산 능력 개발 노력을 지속했다”는 평가가 들어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인프라 유지, 개발도 지속했으며, 사이버 수단과 공동 과학 연구를 통해 해외에서 이에 필요한 물질, 기술, 노하우를 구하려는 노력도 지속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 회원국에 따르면, 북한은 2020년부터 2021년 중반 사이에 북미, 유럽, 아시아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5천만달러(약 600억원)를 훔쳤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하려고 4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맞서면서 전체 차원의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했다. 15개 이사국들 중 미국 등 8개국은 지난달 30일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한 달에 탄도미사일 9발을 발사한 것은 역대 최다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은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 특히 중국을 겨냥한듯 “안보리의 계속되는 침묵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장준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회의 전 기자들에게 “미국은 보다 매력적이고, 보다 현실적이며,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문제를 푸는 열쇠는 이미 미국 수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예해왔는데 “미국은 무엇을 했냐”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에 상응하는 조처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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