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감추기·피해자 심장마비
백악관·공화당 정치적 부담 “나는 대통령 대변인이지 부통령 대변인이 아니다.” 14일 낮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딕 체니 부통령의 사냥 오발사고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짜증섞인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침만 해도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 사건을 조크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신의 넥타이 색깔이 주황색인 걸 가리키며 “주변에 체니 부통령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주황색은 사냥꾼들의 보호색이다. 그러나 상황이 갑자기 반전했다. 이날 오전 체니 부통령의 산탄총에 맞은 텍사스 변호사 해리 위팅턴(78)이 가벼운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위팅턴은 크기 5㎜의 산탄총알을 최소 5발, 최대 200발 맞았고 이중 하나가 심장에 이상을 일으켰다. 오발사고를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이다. 매클렐런 대변인의 짜증은 백악관 내 조지 부시 대통령 측근들과 딕 체니 측근들 간의 갈등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앤드류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 등은 오발사고 내용을 부통령실로부터 재빨리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매클렐런은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서방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자전거를 타던 부시 대통령이 현지 경찰과 부딪쳤을 때 자신이 곧바로 이 사실을 언론에 브리핑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은근히 체니 부통령실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겨냥한 것이다. 체니 부통령은 오발사고를 만 하루 동안 감추다가 텍사스 지역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사건을 시인했다. 이 사실은 체니의 음습한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 백악관과 공화당 전체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을 부시 측근들과 공화당 인사들은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최악이던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새해 들어 올라가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진 걸 부시 측근들은 곤혹스러워 한다. 인기 없는 부통령이 매번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는 투의 불만이 나온다. <타임>의 백악관 출입기자 마이클 앨런은 <시엔엔(CNN)방송>에 출연해 “체니 오발사고가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과제 홍보 노력을 가려버렸다”고 평했다. 민주당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지오프 개린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체니의 뒤늦은 사건 공개는 현 정부가 자신만의 특별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길 꺼리고,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 대신에 그는 극소수의 공화당 핵심인사 모임이나 극우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즐긴다. 그러나 이번엔 워낙 여권 내부의 비판이 강해서, 체니가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해명해야 할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백악관·공화당 정치적 부담 “나는 대통령 대변인이지 부통령 대변인이 아니다.” 14일 낮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딕 체니 부통령의 사냥 오발사고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짜증섞인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아침만 해도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 사건을 조크의 대상으로 삼았다. 자신의 넥타이 색깔이 주황색인 걸 가리키며 “주변에 체니 부통령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주황색은 사냥꾼들의 보호색이다. 그러나 상황이 갑자기 반전했다. 이날 오전 체니 부통령의 산탄총에 맞은 텍사스 변호사 해리 위팅턴(78)이 가벼운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처음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위팅턴은 크기 5㎜의 산탄총알을 최소 5발, 최대 200발 맞았고 이중 하나가 심장에 이상을 일으켰다. 오발사고를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이다. 매클렐런 대변인의 짜증은 백악관 내 조지 부시 대통령 측근들과 딕 체니 측근들 간의 갈등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앤드류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과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 등은 오발사고 내용을 부통령실로부터 재빨리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매클렐런은 지난해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서방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자전거를 타던 부시 대통령이 현지 경찰과 부딪쳤을 때 자신이 곧바로 이 사실을 언론에 브리핑했던 일을 상기시켰다. 은근히 체니 부통령실의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겨냥한 것이다. 체니 부통령은 오발사고를 만 하루 동안 감추다가 텍사스 지역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서야 사건을 시인했다. 이 사실은 체니의 음습한 이미지를 더 강화시켰다. 백악관과 공화당 전체에 커다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을 부시 측근들과 공화당 인사들은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최악이던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새해 들어 올라가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터진 걸 부시 측근들은 곤혹스러워 한다. 인기 없는 부통령이 매번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는 투의 불만이 나온다. <타임>의 백악관 출입기자 마이클 앨런은 <시엔엔(CNN)방송>에 출연해 “체니 오발사고가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과제 홍보 노력을 가려버렸다”고 평했다. 민주당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지오프 개린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체니의 뒤늦은 사건 공개는 현 정부가 자신만의 특별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체니 부통령은 기자들을 만나길 꺼리고,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 대신에 그는 극소수의 공화당 핵심인사 모임이나 극우 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걸 즐긴다. 그러나 이번엔 워낙 여권 내부의 비판이 강해서, 체니가 직접 국민들 앞에 나서 해명해야 할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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