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작업을 하던 직원 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미국 켄터키주 양초 공장이 12일 폐허로 변해 있다. 메리필드/EPA 연합뉴스
지난 10일 강력한 토네이도가 휩쓸 때 8명이 사망한 미국 켄터키주 양초 공장 노동자들이 ‘대피하면 해고한다’는 압박에 작업장을 떠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켄터키주 메이필드에 있는 양초 공장 노동자들은 14일 방송된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관리자들이 대피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 공장은 완전히 초토화돼 이번 토네이도 참사의 상징으로 떠오른 곳이다.
이 공장의 일부 노동자들은 토네이도 경보가 울려 화장실과 복도에서 피신하고 있는데 관리자들이 작업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해, 토네이도 위험이 사라진 줄 알고 복귀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엘리자 존슨은 “작업장을 떠나게 해달라고 말했다가 그러면 해고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날씨가 이런데도 나를 해고하겠다는 거냐”고 따지자, 관리자는 그렇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야근을 하던 한 직원은 첫 경보 이후 토네이도가 닥치기까지 3~4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이런 식이라서 대피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토네이도 경보가 울린 것은 저녁 6시께, 두 번째 경보는 밤 9시께 울렸고, 토네이도는 두 번째 경보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공장을 덮쳤다.
이곳 노동자 헤일리 콘더도 밤 9시께 두 번째로 경보가 울렸을 때 동료들과 함께 관리자 3명에게 귀가할 수 있는지 물었다고 <엔비시>에 말했다. 하지만 “떠나면 안 된다. 이곳에 머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상황이 안 좋아 모두가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부상을 입어 입원 중인 매카일라 에머리는 귀가해도 되냐는 동료들의 질문에 관리자가 “공장을 떠나면 해고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양초 공장 대변인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직원들이 원하는 어느 때나 떠날 수 있고 이튿날 복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켄터키주 정부는 이 공장에서 안전 규정 위반은 없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토네이도가 닥칠 당시 향을 입히는 양초를 만드는 이 공장에서는 100명 이상이 일하고 있었다. 애초 크리스마스 특수를 맞아 야근에 투입됐던 수십 명이 희생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사쪽은 연락이 닿지 않던 직원 대부분의 소재가 확인됐다며 사망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토네이도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14일 현재 74명으로 집계됐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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