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30일 상원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11월 도매물가지수가 10%에 가까운 역대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가 39년 만에 가장 높게 치솟았다는 발표에 이은 것으로, 미국 등의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미국 노동부는 11월 도매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6% 올라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14일 발표했다. 2010년 이 지수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오름폭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정하는 근원물가지수도 6.9%라는 역대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도매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10월에 0.6%였는데 11월에는 0.8%로 상승폭을 키웠다.
생산자물가로도 불리는 도매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상품 수요 증가가 주되게 꼽힌다. 에너지, 식품,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하게 뛰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공급 병목 현상이 물류 비용을 높인 것도 도매물가 급상승 배경에 있다.
10%에 육박하는 도매물가 상승률은 이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회의에도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그동안 높은 물가 상승률은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심상치 않은 인플레이션 상황은 채권 매입 축소(테이퍼링)의 가속화나 조기 금리 인상론에 힘을 보태게 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15일 테이퍼링에 더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연준 이사회가 내년에 2차례, 2023년에는 3~4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앞서 10일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전년 동월 대비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982년 이래 최대인 6.8%였다. 에너지, 식품, 전자제품, 가구, 렌터카 등 여러 소비재 가격이 대폭 올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도매물가지수의 대폭 상승은 내년에도 소비자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고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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