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텍사스주 파에 있는 국경장벽 근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직전 의사당 난동 사태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판사가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트럼프를 질책했다.
<에이피>(AP) 통신은 10일 워싱턴 연방지법의 타냐 축탄 판사가 ‘국립문서보관소가 올해 1월6일 의사당 난동 사건을 조사하는 의회 조사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면 안 된다’는 트럼프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축탄 판사는 의회가 전직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동 사태 진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입수하려는 것은 공익적 활동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는 이런 자료를 의회가 받는 것은 대통령 특권을 침해하고 의회의 헌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립문서보관소가 관련 자료를 입법부에 제공하는 것은 미래 대통령들의 권한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축탄 판사는 판결에서 트럼프가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 특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원고는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기록의 의회 송부를 인가한 것을 트럼프가 문제삼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현직 대통령의 견해에 더 무게를 실어왔다”고 밝혔다. 또 “재발을 막으려면 1월6일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건들과 그날 상황을 입법부와 행정부가 조사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의회 조사위원회는 트럼프가 패배한 대선 결과의 상원 인증을 저지하려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 비극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한 역할에 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는 당시 지지자들 집회에 참석해 “싸우라”고 선동했다. 또 의사당 상황이 심각한데도 지지자들에게 즉각 해산을 요구하지도 않아 사태를 방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립문서보관소가 의회에 제출하려는 자료에는 당시 상황과 관련한 통화 일지, 연설 초안, 연설문, 비서실장 메모, 백악관 대변인 발언 초안, 행정명령 초안, 대선 관리에 대한 지시 등이 포함된다.
조사위원회를 이끄는 버니 톰슨 의원은 이런 기록들이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에 관해 답을 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공익적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해 “버릇없는 아이”처럼 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조사위원회는 지금까지 150명 이상을 대면 조사하고 트럼프 측근 등 30명 이상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트럼프를 직접 부를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쪽은 연방지법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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