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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아프간인 10명 사살 미군 오폭 “아이 존재 영상에 잡혔었다”

등록 2021-11-04 14:47수정 2021-11-05 02:36

미 국방부 “2분 전 정찰 영상에 아이 나와”
“복잡한 상황이었다” 책임은 안 묻기로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이 8월29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파괴된 원조단체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의 집과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이 8월29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파괴된 원조단체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의 집과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10명을 숨지게 한 드론 오폭을 조사한 미국 국방부가 공격 전 영상에 어린이의 모습이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급박했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미국 공군 감찰관인 세이미 세드 중장은 8월26일 폭격 당시 적어도 공격 2분 전에 현장에 어린이가 있었다는 사실이 정찰 영상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포함된 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미군이 이슬람국가(IS) 테러범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가 무고한 민간인들을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된 사건에서 공격 직전 표적을 잘못 설정했음을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미군은 탈레반이 지난 8월 중순 카불을 점령한 직후 아프간 주재 외교관들과 현지인들이 공항을 통해 국외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슬람국가가 일으킨 공항 주변 테러로 미군 13명과 현지 민간인 170명이 숨지자 사흘 뒤 보복 공격을 가했다. 당시 미군은 추가 테러 징후를 포착하고 공항에서 3㎞ 떨어진 곳에 주차된 테러 요원들의 차량을 공격해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이 차량이 이슬람국가 조직원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컴퓨터 가방을 트렁크에 싣는 것을 파악하고 8시간의 추적 끝에 공격했다고 밝혔다. 공격에는 탄두 대신 큰 칼날 여러 개를 날려 주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닌자 폭탄’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이 쓰였다.

하지만 엉뚱한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는 9월 <뉴욕 타임스> 보도가 나온 뒤 상황이 반전됐다. 차량 운전자는 미국 원조단체의 현지 직원 제마리 아흐마디였고, 희생자 10명 중에는 두살박이를 비롯한 어린이 7명이 포함돼 있었다. 미군이 폭발물이라고 판단한 것은 물통으로 추정됐다. 미군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금을 지급했으며, 원하면 미국 이주를 돕겠다고 했다.

미군은 이번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거나 징계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드론 조작자나 공격 명령 계통에 있는 이들이 어린이가 영상에 잡힌 사실을 파악하지는 못했었다는 이유에서다. 세드 중장은 추가 테러가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복잡한 환경에서 전개된 복잡한 작전”이었다고 했다. 지난 9월 국방부가 “비극적 실수”였다고 규정한 것과 비슷한 결론이다. <뉴욕 타임스>는 아흐마디가 소속됐던 원조단체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고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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