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불참을 “큰 실수”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시 주석이 불참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곧바로 이어진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반중 연대’ 강화 기회로 활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2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새 역할을 하려고 시도하면서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기후변화는) 엄청난 문제인데 그들은 떠나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고, 어떻게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큰 실수다.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중국을 보면서 ‘그들이 무슨 가치를 제공한다는 말인가’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중국은 세계인들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을 상실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의 불참을 미국의 지도력을 강조하는 기회로도 삼았다. 그는 “우리는 왔고, 그럼으로써 나머지 세계가 미국의 지도적 역할을 지켜보는 데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불참도 거론하며 “푸틴의 툰드라가 말 그대로 타들어가고 있다. 그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지만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말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개의 대형 다자 정상회의로 5일간 유럽에 머문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과 세계적 지도력 문제로 중국과 공개적으로 맞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합의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관세 인하에 대해 “중국 같은 나라에서 오는 더러운 철강 제품”의 미국시장 접근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철강 생산에 석탄을 많이 쓴다고 헐뜯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이나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일을 걱정하냐고?”라고 자문한 뒤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것은 경쟁이다. 충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온실가스 1위 배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확산된 2020년 초 이후 외국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정상회의 직전 이탈리에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도 불참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신 각국 정상급 인사 120여명이 참석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대표단을 보내고 일부 공동선언에도 참여했다. 국가 정상 취임 뒤에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미·중 정상들은 해가 바뀌기 전에 비대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으나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전력을 들어 반박했다.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는 2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현재 최대 탄소가스 배출국인 이유는 특별한 발전단계에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이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했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가입한 것을 두고 “(미국 때문에) 5년을 낭비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본영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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