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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동맹국들, ‘핵 선제 사용’ 포기 말라 로비”

등록 2021-10-31 15:04수정 2021-11-01 02:30

바이든 행정부 새 핵태세 검토보고서 완성 앞
“선제 사용 포기하면 동맹국 안보 불안해져”
“일본·한국 핵개발 나설 수 있다” 우려도
미국의 전략폭격기 B2가 2015년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 공군
미국의 전략폭격기 B2가 2015년 폭탄 투하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 공군
유럽과 태평양의 동맹국들이 미국에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천명하지 말라는 로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프랑스·독일·일본·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미국의 새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에 선제 불사용 원칙을 넣지 말 것을 조 바이든 행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핵 선제 불사용은 상대에게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미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 신문은 동맹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선제 불사용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더라도 ‘단일 목적’ 원칙을 내세워 동맹국들에 대한 핵 억지력 제공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단일 목적’은 재래식이나 생화학 무기는 배제하고 오로지 핵 공격 대응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 신문은 미국이 ‘단일 목적’을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 억지나 최초 공격에 대한 반격으로 좁게 규정할 가능성이 동맹국들 사이에 거론된다고 전했다. 그럴 경우 선제 불사용과 마찬가지로 동맹들에 대한 안보 제공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한 유럽 관리는 “이는 중국과 러시아에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선제 불사용이나 ‘단일 목적’ 원칙은 핵무기 사용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상호 핵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선언하지 않고 있으며, 동맹국들은 이런 바탕에서 미국의 ‘핵 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국방장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등이 선제 불사용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핵무기 사용 지침인 ‘핵 태세 검토’는 이를 포함하지 않으면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연말에 나올 새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대한 우려는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에게도 강하게 전달됐다고 했다. 연초에 미국이 동맹국들을 상대로 핵 정책 변화에 대한 의견을 조회했을 때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선제 불사용을 선언하면 북한의 핵 위협에 노출된 일본이나 한국이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핵무기 정책 변경 가능성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할 때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단일 목적’을 지지한 것과 연결돼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선제 불사용 선언을 추진했다가 동맹국들과 미군의 반대로 유야무야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정하고, 프랑스를 따돌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점도 일부 동맹국들의 불안을 부채질한 것으로 지목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 이래 러시아, 중국, 북한의 위협은 증대됐을 뿐이라며 “선제 불사용 약속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대 핵무장국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사용 가능한 카드로 쥐고 있는 것은 핵군축 노력에 배치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는 핵무기 사용이 오로지 대통령 결정으로만 이뤄지는 것도 취약점으로 부각됐다. 미국의 핵 선제공격 가능성이 중국과 러시아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올해 4월에는 선제 사용 금지 법안이 미국 상원에 제출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유럽에서 소련의 압도적 재래식 화력에 대응하려면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닫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1993년에 11년 전 소련이 선언한 선제 불사용 원칙을 폐기했는데, 이때는 러시아가 나토의 재래식 무기 위협을 내세웠다. 중국은 핵무기를 손에 넣은 1964년 이후 선제 불사용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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