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년 넘게 타이어를 목에 걸고 살아온 엘크(맨 오른쪽). 출처: 콜로라도주 공원·야생동물청
타이어를 목에 걸고 살아온 야생 엘크가 발견된 지 2년여 만에 마침내 타이어에서 해방됐다.
<뉴욕 타임스>는 목에 타이어를 건 모습이 포착돼 미국 콜로라도주 공원·야생동물청의 구조를 위한 추적을 받아온 엘크가 9일 무거운 타이어에서 벗어났다고 12일 보도했다.
이 엘크는 2019년 7월 야생동물 개체수 조사를 하던 콜로라도주 공원·야생동물청 직원에게 처음으로 목격됐다. 야생동물이 그물이나 해먹, 옷가지를 걸친 모습은 종종 목격되지만 큰 타이어를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엘크는 단연 눈에 띄었다. 공원·야생동물청은 지난 2년여간 이 수컷 엘크를 도와주려고 노력했지만 빠르고 덩치가 큰 야생동물을 포착하고 포획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3번이나 이 엘크를 마취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발정기의 엘크 수컷은 마취제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9일 저녁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콜로라도 주도 덴버에서 서남쪽으로 48㎞ 떨어진 곳에 사는 패트릭 헴스트릿은 창밖에 있는 40마리의 엘크들 중에서 이 엘크를 발견했다. 그는 1년 전 처음으로 희한한 모습을 한 엘크를 목격한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원 당국이 찾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아홉 번이나 이 엘크를 목격한 바 있는 헴스트릿은 재빨리 공원 당국에 신고했다.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헴스트릿과 공원 직원 도슨 스완슨은 45분간 엘크를 몰아간 끝에 마침내 마취제를 투여하는 데 성공했다. 4년 반 된 270㎏짜리 수컷이었다.
타이어를 벗겨주려고 했지만 커다란 뿔이 문제였다. 뿔을 잘라내기로 결정했지만 작업 중 전기톱은 부러지고 배터리도 전부 소모됐다. 마침 다른 공원 직원이 새 톱을 가져와서 뿔을 잘라냈고, 엘크는 가벼운 몸으로 야생을 이어가게 됐다.
2년여의 추적 끝에 엘크는 타이어에서 해방됐지만 왜 타이어를 목에 걸게 됐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았다. 공원 당국은 누군가 먹이 공급장치에 타이어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콜로라도 공원·야생동물청의 스콧 머독은 “농구 골망이나 쓰레기통 등 온갖 것을 뒤집어쓴 수컷 엘크나 수사슴을 매년 6~10마리 정도 구조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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