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영부인 질 바이든이 7월8일 조지아주 서배너에 도착한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내 질 바이든(70)이 대학 강단으로 돌아가 풀타임 직업을 갖고 출퇴근하는 최초의 미국 영부인이 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질은 그동안 원격 강의를 해온 북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의 강의실로 7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이 대학에서 2009년부터 일해온 질은 최근 한 잡지 인터뷰에서 “누군가 대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으며, 난 강의실로 너무나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1년 넘게 온라인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 영부인들은 별도의 직업을 갖지 않았다. 남편과 자녀를 돌보는 내조 역할뿐 아니라 영부인으로서 소화해야 할 일정이 많이 때문이었기도 하다. ‘공식적’ 영부인 역할뿐 아니라 사실상 대통령을 대리하는 적극적 역할을 한 이도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재임 1933~45년) 대통령의 아내 엘리너 루스벨트는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불우한 이들을 자주 만나며 현장을 누볐다. 엘리너는 영부인이었을 뿐 아니라 사회운동가로도 기억되고 있다.
질은 자기의 고유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거 영부인들의 전통과 결별했다. 그는 남편이 부통령을 할 때도 대학을 떠나지 않았다. “가르친다는 것은 단지 내가 해온 일일 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뜻한다”고 했다.
질은 첫번째 아내를 사고로 잃은 상원의원이었던 조 바이든을 만난 이듬해인 1976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이후 델라웨어 기술커뮤니티칼리지로 옮겼다. 질은 조 바이든이 부통령이 된 2009년 북버지니아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일자리를 얻어 작문 강의를 계속해왔다. 당시 남편 신상을 주변에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통령 아내인 줄 몰랐다고 한다. 경호원들에게는 학교에서 백팩을 메게 해 의심을 사지 않게 했다고 한다.
질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출강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학교 규칙에 따라 교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게 된다. 질은 강단 복귀를 앞두고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난 학교 영어 선생이지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다”라며 자신을 다르게 대하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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