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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경제난·고물가 ‘이중고’ 베네수엘라, 화폐 ‘100만대1’ 평가절하

등록 2021-08-06 11:07수정 2021-08-06 15:15

베네수엘라의 버스 요금 징수원이 5일 ‘볼리바르’ 지폐를 여러 묶음으로 들고 있다. 이들 지폐의 가치는 미화로 1센트(11.4원)에서 25센트(285원) 정도이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버스 요금 징수원이 5일 ‘볼리바르’ 지폐를 여러 묶음으로 들고 있다. 이들 지폐의 가치는 미화로 1센트(11.4원)에서 25센트(285원) 정도이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살인적인 물가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기존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를 100만분의 1로 줄이는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단행한다.

베네수엘라의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화폐가치 평가절하 계획을 발표하며 10월 1일부터 새 화폐 발행과 함께 적용된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지금의 100만 볼리바르가 1볼리바르가 되는 것이다.

새 화폐 이름은 현재의 ‘볼리바르 소베라노’에서 ‘볼리바르 디히탈’로 바뀐다.

중앙은행은 이번 화폐 평가절하 배경에 대해 볼리바르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유국으로 한때 재력이 풍부했던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과 정치적 혼란,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 등이 겹쳐 몇 년 째 극심한 경제난과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8년 베네수엘라의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가 당선됐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이를 부정선거라며 인정하지 않고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제제재를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3년 동안 이미 화폐개혁을 두 차례 한 바 있다. 2008년엔 1000대1로 평가절하했고, 20018년 8월 다시 10만대1로 가치를 떨어뜨렸다.

그러나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2019년 9500%였으며, 지난해엔 거의 3000%에 이르렀다. 올해도 1월부터 5월까지 물가상승률 265%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최소 임금을 3배 올렸지만, 벌써 이 돈으로는 고기 1㎏도 살 수 없다.

경제학자 세자르 아리스티무노는 이번 화폐가치 절하에 대해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화폐단위가 높아져 지불 수단의 기능도 떨어지고 기업의 회계업무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일상 경제생활은 주로 달러로 돌아가며 많은 가게가 가격표시를 달러로 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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