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정책 보고서에 담긴 전략
‘잠재적 경쟁상대’ 중국에 대한 경고도
‘잠재적 경쟁상대’ 중국에 대한 경고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변화한 군사전략 기조를 담은 ‘4개년 국방정책검토(QDR)’ 보고서는 이라크와 같은 비정규전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부대의 대폭 증강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위한 신속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9·11 이후 미군의 군사운용 과정에서 이미 이런 기조가 상당히 반영돼 왔다. 에번 채닉 합참 군구조·자원평가국장은 “우리는 더 가볍고 더 민첩하고 신속투입이 가능한 군대를 갖는 데 이번 보고서의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소규모의 경무장 특수부대를 신속하게 테러집단이나 대량살상무기 보유국가에 대처토록 한다는 기조는 특히 핵프로그램을 추진중인 북한 상황과 관련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번 4개변 국방정책검토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 기조를 담은 것일 뿐 특별히 북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 태스크포스를 창설하고 신속하게 초동 대응한다는 미군 전략은, 가뜩이나 미군 선제공격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을 더 날카롭게 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지난 2001년 국방정책검토(QDR)에서 제시했던 ‘2개의 동시 전쟁 수행’을 중심으로 한 미군 배치계획을 이번에도 재확인했다. “미국 본토를 방위하고(1)-4개 지역에 미군을 전진배치하며(4)-2개 전쟁에서 적군을 신속히 격퇴하고(2)-이중 한곳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1)”는 이른바 ‘1-4-2-1’ 전략이다.
다만 대테러전쟁이란 새로운 상황을 반영해, 미군 작전을 유럽과 중동, 동북아, 아시아 연안지역 등 4개 전진배치 지역 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서든지 수행할 준비를 갖추라고 요구했다. 또 2개의 동시전쟁이란 2개의 재래식전쟁이거나, 1개 재래식전쟁과 1개의 장기 비정규전일 수도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4년 전 보고서와 비교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특수전 부대를 대폭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라크와 같은 장기 비정규전을 염두에 둔 ‘장기전’(Long War)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이 장기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부는 미군의 특수전 능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특수전 병력을 지금보다 15% 늘리고 기존의 특수전사령부(SOCOM) 산하에 해병대특수전사령부를 창설토록 했다. 해군 산하의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이 더 커지고, 공군은 특수전사령부 산하에 무인 정찰비행 편대를 창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최대 잠재적인 군사 경쟁국’으로 꼽았다. 미국의 정책 초점은 여전히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건설적으로 평화적 역할을 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지만, 곳곳에서 경고와 우려의 기색을 내비쳤다. 특히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와 규모가 지역 군사균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어떤 외국도 지역과 국제안보에 결정권을 갖도록 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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