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대 국경일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국경일이란 국가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경축일을 일컫는데요. 이 5대 국경일은 모두 공휴일일까요? 많은 분들이 오늘 직장에 계실 테니 아마 아니라는 걸 잘 아실 겁니다. 5대 국경일 가운데 7월17일, 제헌절만 공휴일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공휴일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습니다. 2003년 9월부터 ‘주 5일 40시간 근무제’(토요 휴무)’가 확대 시행되고 휴일이 많아지면서 기업 입장에서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공휴일이 법정 유급 휴일은 아니지만, 많은 사업장에서 임단협상 유급 휴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2005년 6월 20일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당시 식목일은 2006년부터, 제헌절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이지요.
식목일의 공휴일 지정은 몇 차례 변화를 겪기도 합니다. 식목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불모지로 변한 산림을 복원하기 위해 1949년 이승만 정부 때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60년부터 재해 방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나무를 심고 각종 토목공사를 하는 ‘사방의 날’(3월15일)로 대체 지정되었다가 이듬해 다시 사방의 날이 폐지됩니다. 1961년 4월15일 공휴일로서의 식목일이 부활한 것이죠. 그러다 휴일이 많아지면서 2006년부터 식목일이 다시 공휴일에서 빠지게 된 겁니다.
하지만 제헌절의 경우,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인만큼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다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지난해 7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이 70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법정 공휴일 제외로 제헌절의 상징성과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며 ‘제헌절 공휴일 재지정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제헌절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국경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식목일은 이제 나무를 심을 필요성이 없어서 폐지되었다고 해도, 제헌절은 헌법 수호의 참뜻을 기리지 못한 결정이라는 일부 비판이 폐지 당시부터 일었기 때문이지요.
실제 국민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것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7월1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재지정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47.5%, 찬성하는 편 30.9%)는 의견이 78.4%, ‘반대한다(매우 반대 6.9%, 반대하는 편 9.4%)’는 의견(16.3%)보다 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잘 모름’은 5.3%였습니다.
현재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요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 1일,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기독 탄신일(크리스마스),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선거일,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조선왕조 건국일(1392년 7월17일)에 맞추어 1948년 7월17일 처음 공포됐습니다. 제헌절이 공휴일은 아니지만 민주주의 수호와 헌법 제정의 가치가 퇴색되지 않도록 다 함께 오늘, 7월17일의 의미를 한 번 더 가슴에 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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