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 | 기자들의 브이로그형 현장 브리핑 #40
조홍섭 애니멀피플팀 기자
조홍섭 애니멀피플팀 기자
22일 방송된 ‘한겨레 라이브’의 코너 ‘기자들의 현장 브리핑 ‘내(일) 기사를 소개합니다’(내기소)에서는 조홍섭 애니멀피플팀 기자가 나와 생태계에서 포식자인 퓨마도 사람만큼은 경계한다는 한 대학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조홍섭 애니멀피플팀 기자 내기소편 전문
장소: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 본사
우리 옛 속담에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노릇 한다'는 얘기가 있죠.
꼭 그런 일이 실제 자연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호랑이가 아니고 퓨마와 쥐가 등장하는 얘기인데요.
이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꽤 오랫동안 넓은 지역에서 야생동물을
모니터링하거나 원격탐사하는 식으로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그게 <에콜로지 레터>라는 굉장히 유명한 저널에 실렸는데요.
그 내용 안에 야생동물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는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소개하고 싶어요.
흔히 우리는 야생동물 얘기를 하면 사람은 (야생)동물하고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사냥해서 죽이거나,
서식지를 망가뜨려서 동물이 못 살게 하는 정도만 효과가 나는 줄로
알고 있는데 실제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면 '사람이 어디에 있다'는 존재 자체가 동물들의 행동을 바꿔버려요.
이 실험에서 어떻게 했냐면,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것을 들려주는 스피커를 1평방 킬로미터가
되는 곳에 한 25개 설치를 했어요.
한 곳에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또다른 곳에는 청개구리 소리를
들려주고, 그래서 동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그 차이를 본 거죠.
근데 놀랍게도 포식자들이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어요.
여긴 캘리포니아니까 가장 상위에 있는 포식자가 퓨마인데
퓨마는 사람 소리가 들리면 아예 그 근처를 가지 않습니다.
빙 둘러서 가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그런 행동을 보였고요.
그 다음에 더 중요한 건 뭐냐면 중간에 있는 포식자,
중형 포식자라고 하는데,
예컨대 스라소니라든가 또는 스컹크라든가 또는 주머니쥐라든가
우리는 잘 익숙하지 않죠. 주머니쥐라는 건 possum이라고 해서,
그쪽에서 쥐 같은 걸 많이 잡아먹는 고양이 크기의 동물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사람 소리가 나면 활동을 아주 현저하게 줄입니다.
예컨대 50% 정도 활동 범위를 줄이거나 또는 먹이활동을 줄이고
숨어있거나 그런 식이 됩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무엇을 망가뜨리지 않고 목소리만 들려줘도
그 동네에 있는 중간 크기, 큰 크기의 포식자들이 다 공포에 휩싸인다는 거죠.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걸 '공포의 경관'이다,
사람이란 존재 자체가 일으키는 공포의 분위기가 한 지역을 다 차지하는 거죠.
그러면 가장 이득을 보는 게 누구냐면 소형 포유류,
중대형 포식자가 잡아먹던 쥐 같은 것들이 가장 득을 봅니다.
왜냐면 걔네들은 이제까지 자기들을 노리던 포식자가 없으니까
활동반경이 한 50% 이상 늘어납니다.
먹이도 충분히 먹고 새로운 기회를 충분히 누리는 거죠.
이런 것들이 실험으로 증명이 됐는데, 사실은 이 연구가 갖는 의미가 뭐냐면,
사람이 동물을 잡아 죽이거나 하는 것 못지않게 도로도 놓고
또는 집도 짓고 서식지가 잘라지고 하는 여러가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그런 과정에서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생동물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근데 아까 중간 또는 큰 포식자가 제대로 역할을 안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쥐 같은 게 크게 번창할 수 있는 거죠.
또 최상위 포식자가 하나 있으면 생태계 건강을 우리가 나중에 사람의 힘으로
하려면 돈이 많이 들거나 힘들거나 불가능한 일을 해주고 있거든요.
그런 생태계 조절 기능이 사라지면 전체적인 생태계의 건강성이
떨어지는 거죠. 이 연구 자체는 뭐냐면 사람이 슈퍼 포식자다,
퓨마는 산악의 사자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한 단계 높은 포식자구나,
사람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깊고 크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런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7월22일 내기소. 조홍섭 기자편. 한겨레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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