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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출산·육아? 당장 이 판에서 살아남느냐가 더 궁금”

등록 2018-01-28 20:07수정 2018-01-28 20:12

Weconomy | 위미노믹스_‘이야기’ 하기 위해 뭉치는 여성들
이나리 전 제일기획 이노베이션센터장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 책을 읽고 여성의 사회생활과 회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언니의 사(社)생활’이라는 북클럽을 열어 운영 중이다. 트레바리 누리집 갈무리
이나리 전 제일기획 이노베이션센터장은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 책을 읽고 여성의 사회생활과 회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언니의 사(社)생활’이라는 북클럽을 열어 운영 중이다. 트레바리 누리집 갈무리

“출산·육아·경력단절 문제, 언제 부닥칠 문제인지 모르지만 나에게 현재의 문제는 아니다. 당장 필요한 건 어떻게 이 판에서 살아남느냐, 일을 해내느냐다. 나는 그게 더 궁금하다.”

<일하는 여자들>의 표지. 그림 속 브래지어는 여성이 일터에서 겪는 압박감을 은유한다.  북 바이 퍼블리 제공
<일하는 여자들>의 표지. 그림 속 브래지어는 여성이 일터에서 겪는 압박감을 은유한다. 북 바이 퍼블리 제공
최근 32살 대기업 회사원 주영민(가명)씨는 정부가 펼치는 여성의 경제 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포인트가 대체로 저출산 문제 해결책으로 환원되는 것에 답답해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잇고 성장시키는 것에 부담과 부당함이 없어야 여성들이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주씨처럼 ‘지금 여기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경우가 있다. <일하는 여자들>이 출간되고, 독서클럽 ‘언니의 사(社)생활’이 열리는 이유다.

일잘하기로 소문난 여성들
11명 인터뷰 담아
예약판매로 나온 책
‘일하는 여자들’

독서클럽 통해 직접 만나는
‘언니의 사생활’ 모임

시간 내 만나기 어려워
SNS 활용해 고충 토로…

여성 직업인들 고육지책 만발
“난 이야기 하고 싶다”

<일하는 여자들>은 미디어스타트업 퍼블리가 지난해 크리에이티브그룹 ‘4인용 테이블’이 진행한 같은 이름의 인터뷰에 몇가지 요소를 더해 펴낸 책이다. 퍼블리는 콘텐츠 주제와 방향을 이용자에게 설명하고, 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예약 판매한다. <일하는 여자들> 역시 출간 전 예약 판매액이 333만원으로 목표액(100만원)을 훨씬 초과했다. 이에 퍼블리가 출판사 미래엔과 협업해 종이책 브랜드 ‘북 바이 퍼블리’ 첫 책으로 <일하는 여자들>을 1월 초 펴냈다. 일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지난해 6699프레스가 펴낸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인터뷰 모음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11>을 빼면 비슷한 책을 찾기 어렵다.

“내가 남자라도 이런 고민을 해야 했을까, 이런 상황을 겪었을까?” 11명의 인터뷰 곳곳에 등장하는 문구다. 일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여성 직업인의 고민도 일반 여성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경험의 공유가 중요하다. <일하는 여자들>을 쓴 황효진씨는 “일하면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나 혼자만의 일인가’, ‘내가 부족해서 겪는 일인가’ 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그게 아니라 여성이어서 공통적으로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후반~30대 후반 여성들이 주위 여성 동료에게 이 책을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독서클럽을 통해 직접 얼굴을 맞대기도 한다. 이나리 전 제일기획 이노베이션센터장이 독서모임 플랫폼 ‘트레바리’에서 운영하는 ‘언니의 사(社)생활’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구성원 모집은 하루 만에 끝났다. 1월에는 ‘양보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를 주제로 한 <기브앤테이크>를 읽고 얘기를 나눴다. ‘여성은 잘 베풀어야 한다는 압박과 동시에 이익을 더 잘 챙겨야 한다는 조언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나리 전 센터장은 이 모임을 시작하며 “일터에서 잘하고 싶고, 오래 살아남고 싶고, 좋은 동료이자 선배가 되고 싶은 여성들이 모여서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만나기 어렵더라도 각자 처한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이들의 고육지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거나 거꾸로 관심있는 사람들이 인연을 맺어 비공개 온라인 대화방을 개설해 경험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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