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종사자 가운데 여성이 열명에 두명 꼴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열명 중 네명은 비정규직이고, 간부 내지 관리자로 꼽히는 보직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8.6%에 그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와 함께 전국 이공계 대학 286곳, 공공 연구기관 196곳,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의 민간기업 연구기관 4005곳의 여성 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마다 이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여성 과학·기술인은 4만6269명으로 전체 재직자의 19.3%에 그쳤다. 2006년과 비교하면 여성·과학인 수는 55.6% 늘었고, 비율은 3.2%포인트 증가했다. 신규 채용 여성 과학·기술인 수도 2016년 4150명(전체 신규 채용 과학·기술인 가운데 22.8%)에서 지난해에는 5598명(27%)로 34.9% 증가했다.
하지만 4년제 대학 자연·공학계열 여학생 입학생이 2006년 6만9063명에서 지난해에는 7만230명에 달했고, 이공계 재학 여학생 수가 2006년 21만5630명에서 지난해에는 23만5201명으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떨어지는 수치다. 이공계 여성 신규 석·박사도 2006년 4924명에서 지난해에는 7240명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일자리 질도 떨어진다. 여성 과학·기술인 가운데 정규직 비율이 59.7%에 그쳤다. 2006년 40.8%와 비교하면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낮은 편이다. 과학·기술분야 보직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2006년 6.3%에 견줘 늘긴 했으나, 여전히 열명에 한명 꼴도 안되는 셈이다. 여성 연구책임자 비율도 8.8%에 그쳤고, 대형 연구과제의 여성 연구책임자 비율은 6%로 더 낮다.
일(연구)과 가정을 함께 꾸릴 수 있는 인프라와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출산 전후 휴가, 임신여성 보호, 육아휴직, 수유시간 보장, 배우자 출산 휴가 같은 법적 의무제도 운영률은 94.2%에 달했으나 불임 휴직제, 수유시설 운영, 대체 인력 확보, 탄력·재택근무제 같은 자율적 제도 운영률은 48.3%에 그쳤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권지혜 팀장은 “과학기술 분야에선 아직도 연구·개발 업무는 출산·육아 등과 병행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고, 이런 편견이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진입과 승진을 가로막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이공계 재학생 및 졸업자 가운데 여성 비율과 여성 과학·기술인 재직자와 보직자 비율 사이에 큰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도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연구개발 분야 정규직 여성의 채용 확대 및 중간 관리자 이상의 여성 보직자 수 증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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