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산인프라코어 직원이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회사의 인력감축을 비판하며 올린 글.
올들어 네번째 희망퇴직 실시
사무직 3000명 중 40% 줄이기로
부서 할당·대상자 선정 등 ‘압박’
사원·대리급까지 포함시켜 반발
회사쪽 “경영악화로 명퇴 불가피”
사무직 3000명 중 40% 줄이기로
부서 할당·대상자 선정 등 ‘압박’
사원·대리급까지 포함시켜 반발
회사쪽 “경영악화로 명퇴 불가피”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사무직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희망퇴직을 받는 과정에서 부서별로 퇴직시킬 인원을 할당하고, 퇴직 대상자도 미리 정해 놓는 등 사실상 퇴직을 압박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8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뒤 청년 신규 고용이 늘어난 기업 사례 가운데 하나로 두산인프라코어를 꼽은 바 있다.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될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은 사무직 직원 3천명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15일 두산인프라코어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임원을 제외한 전체 사무직 직원의 40% 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부서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최대 80%까지 희망퇴직을 받는 부서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사원·대리급 등 입사 연차가 낮은 직원들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직원은 “부서별 최소 희망퇴직 인원은 20%이며, 희망퇴직 대상자 순위도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입사 1년도 되지 않은 20대 사원들 일부는 이미 회사를 나갔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리더는 면담을 할 때 희망퇴직 신청서를 들이밀기도 한다. 어린 직원을 내보내고 (관리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을 위한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도 ‘부서별로 최소 40%~70%까지 해고를 당하고 있다. 주로 사원·대리급이 (해고) 됐다’ ‘어떤 조직은 통째로 사라지면서 약 70명 중 15명 정도 살리는데, 사원·대리·과장들 다 잘려나간다’ ‘조직 리더가 각자 판단에 따라 밑에서부터 쳐내는 곳, 학벌로 끊는 곳, 여자부터 내보내는 곳 등 다양하다’는 등 직원들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4년 하반기에 마지막 공개 채용을 했다. 당시 입사가 결정된 60여명은 올해 1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앞서 올해 2월과 9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지난달엔 기술직(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이미 8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알짜배기’로 불리는 공작기계사업(두산공작기계)까지 매각을 추진할 정도로 경영 상황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직원들에게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9월부터 돌았던 추가 감원 소문을 쉬쉬하다 희망퇴직 시행 직전에야 이를 알린 데 따른 반발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그룹의 기업 광고와 전혀 반대되는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한 직원은 “올해 들어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올해 건설기계 시장이 지난해에 견줘 25% 이상 축소가 예상되고, 특히 중국은 지난해보다 50%가량 줄어든 상황이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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