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아시아’ 발언대]
일본 사회적기업 ‘마드레 보니타’ 대표 요시오카 마코
일본 사회적기업 ‘마드레 보니타’ 대표 요시오카 마코
아이를 가졌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축하의 말이다. 하지만 사회는 아기가 탄생한 뒤 여성과 가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가정은 출산으로 많은 변화와 문제에 직면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출산 후 위기’ 문제에 대한 충격적인 수치들이 보고되고 있다. 한 보고서를 보면, 매년 일본 전체 출산 여성의 10%인 10만명이 출산 뒤 1년 동안 산후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그외 약 80%도 우울증으로 진단받진 않았지만 근접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동학대 피해자의 40%가 생후 12개월 이하 유아로,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품에 안고 아슬아슬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부관계는 어떠한가? 설문조사에 응한 많은 여성들은 출산 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고 답했다. 약 4만쌍의 부부가 출산 뒤 2년 안에 이혼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산후우울증, 아동학대, 부부갈등은 출산 이후 발생하는 잠재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사건들이다. 이는 비단 일부 가정이나 여성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내가 ‘마드레 보니타’를 설립하게 된 이유도 출산 위기의 정확한 원인을 찾고 가정과 여성에게 필요한 해결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마드레보니타를 시작한 건 1998년 첫아이를 낳고 6개월이 지났을 때다. 엄마가 되기엔 이른 10대에 아이를 낳은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1년을 보냈다.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지만 난 아주 불안정한 상태였고 완전히 지쳐 있었다. 모든 사람의 관심이 아기에게만 쏠려 있었고 나는 원인 모를 불안과 피로에 시달리며 홀로 남겨졌다. 산모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어떠한 전문적인 지원도 없었으며, 학교나 병원 어느 곳에서도 출산 뒤 변화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무료 예방접종, 건강검진, 병원 진료 등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모성보건 관리체계는 건강한 신생아와 예비엄마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출산 뒤 여성들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뒤 가정의 위기를 오롯이 여성들의 책임이라 비난할 수 있을까?
마드레보니타는 스페인어로 ‘아름다운 어머니’라는 의미로, 출산 여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리는 출산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신체단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홋카이도에서부터 오키나와까지 13개 현에서 제대로 훈련받고 공인받은 트레이너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매주 50개 강좌가 열리며 올해에는 모두 6610명의 여성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각 프로그램의 질을 균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21명의 트레이너와 10명의 직원이 매달 모여 프로그램과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최근에는 출산을 앞둔 부부를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예비부부들이 출산 뒤 가정의 변화와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가정의 부부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금전적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운영 중이다.
산모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어 최악의 환경에 이르러서야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것이 중요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요시오카 마코
※ ‘청년 아시아’ 발언대는 한겨레경제연구소·씨닷 공동기획입니다.
요시오카 마코 일본 사회적기업 ‘마드레 보니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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