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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스펙과 업무능력 비례?” 인사담당자들에 물으니

등록 2014-03-17 19:59수정 2014-03-18 10:58

에스케이 그룹 대졸신입 공채 바이킹 전형 모습. 에스케이 그룹 제공
에스케이 그룹 대졸신입 공채 바이킹 전형 모습. 에스케이 그룹 제공
대기업들 ‘탈스펙 채용’ 왜?
고스펙 뽑아놓고도 불만족 커
“공급과잉 시대에 생존하려면
소비자 읽는 창의적 인재 필요”
업무 능력·다양한 경험 등 중시
대기업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공평(가명)씨는 대졸 신입사원 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원자의 스펙을 초월해 채용하자고 하는데, 사실 기업 입장에선 스펙을 볼 수 밖에 없어요. 평가하기 어려운 ‘끼’ 같은 것을 보자는 건 이상적인 말이죠.” 박씨는 “필요없는 공모전 입상이나 자격증 말고 업무에 필요한 스펙으로 뭘 볼수 있을까 고민중이에요”라고 했다.

인사팀의 전통적인 업무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서류전형-인적성검사-면접’ 으로 이어지는 대졸신입 공채를 매해 한두번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원자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뭔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최근 매해 채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인문계 직무에 한해 대규모 공채 대신 ‘상시채용’을 도입했다. 현대차는 상시채용 결과를 보고 다른 직무까지 이를 확대할 지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그룹도 올 초 서류전형과 총장추천제를 도입하려다 무산됐지만, 모든 지원자에게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기회를 주는 방식을 유지할 지 미지수다. 에스케이(SK)그룹과 포스코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들도 이른바 ‘스펙 초월’ 전형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이 한꺼번에 지원자를 모아 평가하는 공채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11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고스펙’ 구직자를 뽑아놓고도 만족못하는 인사팀의 고민이 나온다. 현행 공채방식의 문제점에 대해 응답자 가운데 36.6%가 ‘고스펙과 업무능력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직무 적성이나 직무에 대한 열정을 가진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33.3%), ‘스펙 위주로 뽑는다’(26.8%)가 뒤를 이었다.

인사·재무컨설팅 기업인 타워스왓슨코리아의 김기령 대표는 전과 다른 인재가 회사에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도 풀이한다. 김 대표는 “공급 과잉 시대에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필요로 한다. 특정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선 그 배경을 이해하는 사람이 최고다. 그래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만들어내는 상품들이 가장 각광을 받은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방식으로 인재를 뽑아서는 2010년대 소비자를 공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 연구결과를 보면, 동질적인 집단은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높은 반면, 이질적인 집단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데 더 탁월성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공채 방식의 변화는 합격자 구성을 좀더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포스코는 학교·사진 기재 등을 없애고 에세이로 지원서를 받은 탈스펙 전형을 도입한 결과, 지난해 여성 합격자의 비율이 30%로 늘었다고 밝혔다. 포스코 대졸 공채에서 지난 3년간 여성 합격자의 비율은 평균 20%였다. 포스코 인사팀 관계자는 “과거엔 유사한 수준의 인재를 채용했다면, 탈스펙 채용을 통해 다양한 경험, 역량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해 일부 부문에 스펙초월 전형을 실시한 뒤 예전보다 명문대 출신 합격자 비율이 줄었다고 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더 유능한 신입 사원을 뽑았는지를 확인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도입했던 ‘길거리 캐스팅’을 올해는 하지 않는다. 인사팀 직원이 지방 대학 캠퍼스 등 곳곳을 찾아다니며 인재를 찾는다는 취지였는데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평소 모습을 보려고 했는데, 구직자들은 기업의 변화된 선발 방식에 맞춰 또 준비를 하더라”고 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공채로 뽑아서 교육시키는 방식은 현재 한국 교육시스템과 관련이 있다. 외국처럼 상시 채용 방식 등이 정착되기 위해선 바로 쓸 수 있는 인재들이 뽑혀야 하는데, 현재 대학 교육시스템에서 이게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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