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등 채용방식 변화 가속도
“스펙은 좋은데 적응력 떨어져”
공채 통한 인재 확보에 한계 판단
상시 또는 인턴 채용 비중 늘어
“스펙은 좋은데 적응력 떨어져”
공채 통한 인재 확보에 한계 판단
상시 또는 인턴 채용 비중 늘어
현대자동차가 올해 대졸 신입사원 모집부터 인문계 직무의 대규모 공개채용을 없애기로 하는 등 대기업들의 신입 채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인사·채용 관련 전문가들은 공채보다 상시채용 비중이 계속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사 컨설팅 전문가인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는 9일 “기업 성장이 주춤하고 있고, 새로운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고 있어 대규모 인원을 뽑는 공채가 앞으로 필요치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인문계 직무 공채는 (기업에) 이득이 없는 게 됐고, 이공계 쪽은 여전히 여러 기업에서 구직자들의 비슷한 능력을 필요로 해 당분간 ‘선도매’ 차원에서 공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 공채 방식의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현대차는 인문계 직무를 대상으로 한 상시채용을 실시해 보면서, 기존 공채를 유지하는 플랜트 부문 등 이공계 직무에도 상시채용을 확대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한해 신입사원을 8000여명 뽑는 현대차는 직군별·계열사별 채용 인원을 밝히지 않는다. 현대카드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공채 전형보다 인턴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이윤석 현대카드 에이치아르(HR)실 상무는 “몇번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뽑는 것보다 7~8주를 함께 일하며 경험하는 방식이 더 적합한 인재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도 입사 지원자 모두에게 직무적성검사(SSAT) 기회를 주는 현재 채용 과정 대신 다른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 채용 흐름의 변화는 기업 내부적으로 공채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4대 그룹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스펙(학점·어학실력 등)은 좋은데 조직에 적응도 못하고 교육을 시켜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현업(부서)에서 인사팀에 불평을 많이 한다. 인사팀도 지금 시스템으로는 대안이 없어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장재섭 홍보팀장도 기업들이 1990년대 채용 방식이 2010년대 경영환경에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매해 대기업 공채 인원이 줄어드는 이유에는 기업들이 상시채용이나 미리 구직자를 테스트하는 인턴 채용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대기업에만 구직자가 쏠려 높아진 경쟁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것도 기업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시험을 준비하는 기업 내부 비용에 대한 부담보다 구직자들이 인적성검사나 영어시험 준비 등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스펙 초월 전형’ 등의 방안을 내놔도,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초월 전형’에 대해서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준비하는 형편이라고 장재섭 팀장은 귀띔한다.
김기령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은 캠퍼스 리크루팅이나 인턴십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찾고 뽑는다. 국내 대기업들도 공채보다 갈수록 이런 쪽으로 갈 것이다. 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게 대학에서 교육시켜달라는 기업의 요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