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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신입 사원에게 간택받자” 팔 걷은 부서들

등록 2014-03-03 20:04수정 2014-03-04 15:56

현대카드·캐피탈이 신입사원에게 각 사업본부의 업무와 비전에 대해 소개하는 ‘잡페어’ 행사를 지난 1월28일 서울 여의도 본사 컨벤션홀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잡페어 뒤 희망 사업부를 적어 내고, 사업부 역시 행사를 통해 신입사원을 탐색한다.  현대카드·캐피탈 제공
현대카드·캐피탈이 신입사원에게 각 사업본부의 업무와 비전에 대해 소개하는 ‘잡페어’ 행사를 지난 1월28일 서울 여의도 본사 컨벤션홀에서 진행하고 있다. 신입사원은 잡페어 뒤 희망 사업부를 적어 내고, 사업부 역시 행사를 통해 신입사원을 탐색한다. 현대카드·캐피탈 제공
현대카드·캐피탈 ‘잡페어’

적성 맞는 부서 찾을 수 있도록
부서별 부스 만들어 홍보 작업
선배들 ‘맞선’ 거친 신입사원들
비전·분위기 미리 파악해 도움
80%가 지망 부서 배치돼 ‘윈윈’
“신입사원이 부서에 처음 배치가 되면 그쪽으로 인생이 결정되기도 하는데, 그 사람이 어느 부서에 맞는지 인사팀이 어떻게 알까요.”

이윤석 현대카드·캐피탈 에이치아르(HR)실 상무는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옆에 있던 에이치아르실 커리어개발팀 직원도 “관상만 보고도 이 사람이 어디에 맞을지 안다는 기업이 있다는데 그게 가능할까요”라고 거들었다. 현대카드·캐피탈의 물음은 인사팀이 판을 깔고 현업 부서와 신입사원이 서로 ‘맞선’을 보는 ‘잡페어’로 이어졌다.

현대카드·캐피탈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잡페어의 방식은 이렇다. 대강당에 사업부별로 상담 부스를 만든다. 이곳에 나온 담당자들은 부스를 찾은 신입사원들과 하루 동안 상담을 한다. 60여명의 신입사원들은 사업부가 하는 일이 뭔지 묻고, 담당자들 역시 신입사원이 부서에 맞는 인재인지 확인한다.

이들의 탐색은 하루 동안만 펼쳐진 게 아니다. 잡페어가 열리기 전, 신입사원들은 3주간의 연수기간 가운데 1주는 ‘잡셀링’을 받는다. 사업본부장 등이 직접 신입사원들을 찾아 자신의 부서를 ‘파는’ 시간이다. 이때 신입사원 조욱진씨는 “가장 최근에 했던 팀 회의 내용을 물었다”고 했다. 조씨는 “실제로 하는 일과, 내가 회사에 가진 기대와 차이를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팀이 항상 하는 일이 뭔지 알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경쟁자가 많다 보니 잡셀링의 과정은 치열했다. 조씨는 “자신이 갈 수 있는 부서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신입사원들이 소개 시간마다 굉장히 집중했고, 다른 강의보다 질문도 많았다”고 전했다.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연수기간 동안 각 본부들이 집요하게 업무를 소개하고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이를 두고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파는 것으로 관점을 바꾼 것이라 했다. 그러니 ‘파는 사람’도 ‘갑’의 위치를 벗어던진다. 이윤석 상무는 “준비를 잘한 본부와 그렇지 못한 본부가 확연히 차이가 나더라. 준비를 잘한 본부는 아마 신입사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는 지원율로 연결된다. 현대카드·캐피탈 안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현대커머셜은 열심히 뛴 덕에 신입사원들이 17명(1~3지망 합계)이나 지원했다. 지난해만 해도 4명 뽑는 데 2명밖에 지원하지 않은 사업부였다. 이 상무는 “현대카드 이미지 때문에 브랜드나 전략 쪽을 염두에 두고 입사한 신입사원이 많았는데 결과를 보고 우리도 놀랬다”고 했다.

잡셀링 뒤 1지망 부서를 바꾼 신입사원도 있었다. 신입사원 박문영씨는 “선배들이 정말 상세하게 비전뿐만 아니라 고민을 얘기해줬다. 부서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이 부서에 가서 맞을지 안 맞을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운이 좋은 경우다. 국내 기업의 신입사원 대부분은 이런 기회가 없다. 이들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취업하는 데 급급했다가 결국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는 이런 신입사원의 적응 문제가 현대카드만의 고민이 아님을 보여준다. 잡코리아가 2012년에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이 퇴사를 한 이유를 조사해 보았더니, ‘조직 부적응’(44.7%·복수응답)과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38.2%)가 가장 많은 것으로 꼽혔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310명이 직접 퇴사자를 면담한 결과다. 신입사원과 부서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로 업무 배치가 되면 신입사원들은 이탈하게 되고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의 홍정권 홍보팀 차장은 “이번에 신입사원의 80% 이상이 본인의 1~3지망 내로 배치돼 부서와 신입사원 모두 윈윈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엔 50~60% 정도만이 1~3지망 내에서 배치를 받았다. 사업부 역시 잡페어를 통해 배치를 희망한 직원들을 탐색해 괜찮다고 평가를 내린 것이다. 현대카드 커리어개발팀 직원은 “신입사원도 본인이 배치받은 부서가 맞아야 열심히 일한다. (배치할 때) 조직에서 필요한 역할이 우선이지만 기업도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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