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미 ‘워킹맘 일하기 좋은 회사’ 100곳
보모·아픈 아동 돌봄 서비스 지원
원격·유연 근무제 사용률도 높아
육아 걱정 덜고 일-가정 균형 맞춰
‘맞벌이 부모’ 업무 생산성 높여
보모·아픈 아동 돌봄 서비스 지원
원격·유연 근무제 사용률도 높아
육아 걱정 덜고 일-가정 균형 맞춰
‘맞벌이 부모’ 업무 생산성 높여
여성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위급 상황 때 육아를 지원할 수 있는 ‘백업 차일드 케어(보모 지원)’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박지원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 월간지 ‘워킹 마더’(일하는 어머니)가 발표한 ‘2013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토대로 아이를 가진 여성 직원(워킹맘)들이 일하는 좋은 직장의 특징에 대해 살펴봤다. 27일 박지원 연구원이 낸 ‘워킹 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보고서를 보면, 좋은 문화는 여성 배려에서 그치지 않고 맞벌이 부모의 업무 생산성 제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가운데 상위 10곳을 살펴보면, 구성원들에게 전문 역량을 요구하고 업무량도 녹록치 않은 기업들이었다. 의료제품 회사인 애보트(abbott), 웰스타(Wellstar),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deloitte), 언스트앤영(EY), 아이비엠(IBM), 케이피엠지(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식품회사인 제너럴 밀스, 생활용품 회사인 피앤지(P&G), 금융회사인 푸르덴셜이 상위권 기업이었다.
업무량이 적지 않은데도 이들 기업이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힌 것은 ‘백업 차일드 케어’와 ‘아픈 아동 돌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백업 차일드 케어는 급하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을 때 보모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고, 아픈 아동 돌봄 서비스는 자녀가 아플 때 보모가 대신 돌봐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00대 기업 가운데 85곳이 백업 차일드 케어를 운영했고, 61곳은 아픈 아동 돌봄 서비스도 지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통해 구글, 골드만삭스, 시스코에 다니는 직원들은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급하게 보모를 신청할 수 있다.
박지원 연구원은 “이 제도는 아이 양육자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린이 집이 쉬는 날, 갑작스런 회사 업무로 아이를 돌보지 못할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돼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미국 인적자원관리협회 산하 가정직장연구소의 조사 결과도 회사가 백업 차일드 케어 프로그램을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제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아직 법적으로 유급 육아휴직 제도가 없어,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녀 학교 방문 등을 위해 일찍 퇴근하는 경우 다른 날에 그만큼의 업무시간을 보충하는 유연근무제도와 필요할때 사무실 외 공간에서 일하는 원격근무제도도 워킹맘을 위한 좋은 직장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이런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아이를 가진 국내 직장 여성들은 출근한 뒤 아이가 아플 때 집으로 달려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표를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아픈 아동 돌봄 서비스 같은 기업의 배려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계속 참여하기 위해서는 임신, 출산 및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즉 일·가정 양립지원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기업이 백업 차일드 케어와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단순히 여성 직원을 배려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맞벌이 가정도 증가하고 이젠 과거와 달리 남성도 함께 일·가정 양립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다. 남성 역시 어린 자녀 돌보기나 병든 부모의 부양 등의 가사일에 신경을 쓴다면 업무몰입도와 생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박지원 연구원은 “우리나라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도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 생각하며 아직도 가족친화경영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일과 가정의 불균형이 기업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직장을 구축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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