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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대학은 지방으로, 취업은 서울로’ 지방의 한숨

등록 2012-05-23 16:25수정 2012-05-23 18:11

지방대 출신 수도권 취업 집중 심화·
서울 출신 학생 증가·교통 발달 원인
김은혁(28)씨는 대전에서 초·중·고교와 대학을 다녔다. 올해 초 충남의 한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경기도 수원의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김씨는 “대전·충남 지역은 일자리가 많지 않지만, 고향에서 멀지 않은 수도권은 대기업도 많고 일자리가 몰려 있다”며 “집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아 수도권 지역 취업을 목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친구들 절반은 취업을 하기위해 수도권으로 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 옛 속담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점점 심화하고 있다. 23일 이런 현상을 숫자로 보여주는 연구보고서가 공개됐다.

이날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대졸 인력의 지역간 이동특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09년을 기준으로 비수도권 대학 졸업자의 31.3%가 수도권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가운데 3명 꼴이다. 2005년에는 비수도권 대졸자의 10.4%만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최근 4년 사이 비수도권 대졸자들의 수도권 집중률이 3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2009년 2월 전국 대학 졸업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20개월간의 취업여유 기간을 둔 뒤 2010년 10월에 이들의 직장 소재지를 파악했다. 지역별로 대졸자의 이동률을 조사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자료를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과 멀지 않은 충청권과 강원권의 수도권 이동률이 높았다. 대전과 충청남·북도를 포괄하는 충청권의 경우 2009년 수도권 이동률은 51.0%로 집계됐다. 2005년의 15.9%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강원권 역시 2009년 56.4%로, 2005년의 27.0%보다 2배 높아졌다. 두 지역 모두 대학 졸업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광주와 전라남·북도를 합친 호남권은 2009년 25.0%가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대구와 경상북도를 합친 대경권은 22.4%였고, 제주권은 19.9%였다. 부산과 경상남도를 포괄하는 동남권은 15.1%였다. 이들 지역의 경우 2005년에는 4.6~9.5%만이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수도권 대졸자의 수도권 잔존율은 2009년 91.5%로, 2005년의 89.2%와 거의 비슷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보고서는 우선 수도권에 지식기반 제조업 등 높은 수준의 일자리가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먼 지역(호남·대경권 등)보다 가까운 지역(충청·강원권)에서, 산업 기반이 잘 갖춰진 지역(동남권)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강원권)에서 수도권 이동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정윤선 산업연구원 박사는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에 몰려 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졸자들의 평균 임금도 수도권이 가장 높았다. 2009년 기준 대졸자 월평균 급여는 189만7000원인데, 수도권과 동남권의 월평균 급여가 평균보다 높은 193만5000원과 190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동률이 높은 충청권과 강원권은 각각 184만4000원과 171만7000원으로 평균치보다 훨씬 낮았다. 평균 이상의 높은 임금을 쫓아 수도권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수도권 이동률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이에 대해 보고서는 최근 고속철도가 놓이고 도로가 확장되는 등 물리·심리적 거리가 단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윤선 박사는 “교통이 발달하면서 심리적 거리가 단축됐고, 이 때문에 어렵지 않게 타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 고교 졸업자들이 비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특히 춘천·천안·원주 등 서울에서 1~2시간 안에 통학이 가능한 지역의 대학들에 수도권 고교 졸업자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학 졸업 뒤 수도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고교 졸업자가 비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회귀율은 10명 가운데 8명 꼴인 82.9%에 이르렀다. 반면, 비수도권 출신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한 경우 다시 출신지로 돌아가는 비율은 5%에 불과했다.

강원도 원주 상지대의 김영통 취업지원팀장은 “우리 학교만 해도 날마다 고속버스 50여대를 운행해 서울에서 원주까지 학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며 “2000년대 들어 수도권 고교 졸업생이 늘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전체 정원의 70~80% 정도가 수도권 출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방 공동화 현상을 막고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지방 산업의 고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윤선 박사는 “지역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대졸 고급 인력이 지역 전문 기업을 찾아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정부의 광역경제권 육성정책 가운데 투자비중이 낮았던 지역인력양성 서비스 사업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학과 지역기업 사이의 산학 협력을 통한 일자리 연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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