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에스케이씨(SKC) 회장
‘SK가문의 맏형’ 최신원의 ‘바베큐 경영’ 이유는
직원들과 소통위해 계열사 공장 돌며 삼겹살 파티 열고 기부
‘횡령혐의’ 최태원과 차별화·그룹내 입지 다지기 행보 해석도
직원들과 소통위해 계열사 공장 돌며 삼겹살 파티 열고 기부
‘횡령혐의’ 최태원과 차별화·그룹내 입지 다지기 행보 해석도
“부끄러워 하지마. 많이 먹고 힘내 응”
지난 10일 오후 6시 최신원 에스케이씨(SKC) 회장은 충남 천안에서 150여명의 남녀 입에다 일일이 잘 구워진 삽결살을 넣어주고 있었다. 삽겹살을 우물거리던 이들은 최 회장 뒤를 따라온 기부함에 1만원씩 넣었다. 최 회장은 또 냄비와 신발 같은 중고품을 2만원에 사라고 했다. 이 돈도 기부함에 들어갔다.
에스케이씨 계열사 중 하나인 필름 제조업체 에스케이씨하스에서 열린 바자회를 겸한 바베큐 파티의 한 장면이다. 축구장 절반쯤 크기의 공장 부지 내 공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최 회장이 “임직원과의 소통”을 위해서 마련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에스케이씨 진천공장을 시작으로 에스케이씨와 그 계열사 공장을 일일이 돌며 이같은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과묵하지도 않지만, 달변도 아니다. 뚝뚝 끊어지는 말마디엔 정감이 묻어난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나올 것 같아. 700% 연말 성과급 받아보자구”라고 말한 뒤 “그런데 담배 피면 성과급 없어. 진짜야”라고 내뱉는다. 바베큐 파티 한 켠에 마련된 바자회 물품을 쭉 둘러보며 “물건이 별로 없네”라고 지적하지만, 나이(1952년생)에 비해 많은 흰 머리카락과 면바지에 점퍼의 소박한 옷차림 덕택에 ‘사주의 질책’이라기보다는 ‘이웃집 어른의 잔소리’ 같은 인상을 풍겼다.
이 날 행사에 들어간 비용은 최 회장 사재서 나왔다. 삽겹살은 스스로 ‘식도락가’라고 주장하는 최 회장이 제주도의 한 고깃집에서 공수해왔고, 불판에 함께 구워진 소시지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사왔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거(삼겹살·소시지) 회삿돈으로 산 거 아니야”라며 생색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도 “난 밥먹을 때 회삿돈 안써”라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최 회장은 재계에서 부쩍 관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에스케이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재원 형제가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최 회장은 에스케이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로 에스케이 가문의 사실상 장자이지만, 20대 초반 해병대 복무시절 부친이 사망하면서 그룹 경영권은 고 최종건 회장의 동생이자 태원·재원의 부친인 고 최종현 회장으로 넘어갔다.
이런 내력 탓에 막말을 주고 받으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건희 형제(삼성)나 계열 분리 진통을 겪고 있는 박삼구-찬구 형제(금호아시아나)만큼은 아니지만, 최신원 회장과 태원·재원 사촌 간의 관계도 그리 원만하지는 않다. 실제로, 2008년 최 회장이 태원·재원 형제에게 에스케이네트웍스와 워커힐호텔의 경영권을 요구해 갈등이 외부에 드러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기사회복지모금회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에는 수원상공회의소 회장에 올랐다. 또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던 에스케이텔레시스 지분 중 24억원어치를 사기 진작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3억원을 기부했다. 재계에서 최 회장의 이런 행보를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촌동생과의 차별화로 해석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바베큐 파티 또한 에스케이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에스케이그룹 쪽도 “그룹 매출의 1% 정도 되는 회사(에스케이씨·에스케이텔레시스)만 맡고 있고,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지분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최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주변의 시각에 대해 최 회장은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년은 아버지(고 최종건 회장)의 40주기이자 에스케이 창립 60돌”이라며 “내년에 창업 회장 기념관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 가문의 정통성만큼은 확보하려는 뜻을 분명히 갖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도 어릴 때 아버지(고 최종건 회장)가 뒷 호주머니에서 꺼내주던 오징어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그가 10년 전 하루 4갑 피던 담배를 끊은 뒤 금연 전도사를 자처하는 것도, 폐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와 형(고 최윤원 회장)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천안/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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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충남 천안 에스케이시하스 공장에서 최신원(가운데) 에스케이시 회장이 회사 임원들과 함께 직원들에게 먹일 고기를 굽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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