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소상공인 1192명 엽서 묶어 ‘희망편지’ 책자 펴내
“저는 경기도 안양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이 가게를 17년간 운영하면서 요즘은 너무너무 힘들고 장사가 안 되는데, 한 대기업이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더욱 힘들게 됐습니다. 대기업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인천 남구에서 계란 유통업을 하고 있습니다. 7~8년 전부터 대기업이 계란 유통업에 뛰어들어 매장의 주요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꾸만 밀려나는 영세한 소규모 계란 유통업자들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 주세요.”
전국 소상공인들이 작은 엽서에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희망편지’를 썼다. 이 편지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 확대,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영역 침범, 높은 카드수수료율, 열악한 재래시장 인프라 등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 절절하게 녹아있다. 강삼중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소상공인들에게 엽서를 배포했다”며 “처음에는 한두줄씩 적을 걸로 생각했는데, 자신들의 간절한 소망을 깨알같이 적어온 분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를 ‘소상공인 1192명의 희망편지’라는 제목의 책자로 만들어, 정부 유관기관과 각 정당에 배포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기로 했다. 1192명으로 사람 수를 맞춘 것은 ‘헌법 제119조 제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의 실현을 희망하는 뜻을 표시하고자 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편지 전달식과 함께 ‘전국소상공인포럼’ 출범식을 열었다. 이 포럼은 소상공인들의 애로 파악과 전문가들을 통한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출범하는 것으로, 12개 광역지자체별 소상공인포럼 회원 약 1200여명으로 구성된다. 이달 초 출범한 각 지역별 소상공인 포럼은 소상공인 대표들로 구성된 ‘소상공인 위원’(70명)과 학계·언론계·지원기관 등으로 구성된 ‘정책위원’(30명) 등 약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은 업종이 굉장히 다양하고 통계 등이 축적돼 있지 않아 현장 파악과 정책 대안 제시가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 포럼이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대안 마련의 구심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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