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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길까? 폐기할까? 행정기록물 옥석 가려 관리

등록 2011-08-03 20:22수정 2011-08-19 17:44

박보람 국민권익위원회 기록연구사가 서대문구 보존 문서고에서 상자 속에 있는 문서들을 보고 있다. 박보람 기록연구사 제공
박보람 국민권익위원회 기록연구사가 서대문구 보존 문서고에서 상자 속에 있는 문서들을 보고 있다. 박보람 기록연구사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⑮기록연구사
관공서 서류 등 보존여부 결정
“기록 1% 남아 후대평가 받아”
가치 가늠할 직관·전문성 중요
기록도 사람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보낸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의사의 손길이 필요하듯 기록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기록연구사, 그들은 기록의 ‘생로병사’를 다스리는 전문가다.

박보람(31) 국민권익위원회 기록연구사는 “우리 민족은 기록을 남기는 데 탁월하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중국보다 많은 9건이나 등재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83개국 197건의 세계기록유산으로 우리나라에선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의궤, 팔만대장경판, 동의보감, 일성록,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 등이 선정됐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러한 전통도 상당 부분 단절됐다. 그래서 이제는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려면 일본을 가야 할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기록물이 없는데 일본에는 기록이 잘 관리돼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근현대 사학을 전공하는 많은 학자들이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 자료를 찾는 경우가 많고, 중국도 본토가 아닌 일본에 근현대 기록이 잘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고 박 연구사는 말했다. 박 연구사는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뒤 기록물을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고 했다.

박 연구사는 “오늘날 전해지는 역사서는 당시 관공서의 기록물을 집적화시켜 작성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기록물을 오롯이 보존했기에 당시 시대상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기록물의 가치에 매료된 그는 후대에 남겨져서 역사의 토대가 될 오늘의 ‘기록유산’을 관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공공기관은 기록관을 설치하고 기록관 정원의 4분의 1 이상을 기록연구사로 배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록물관리학으로 석사학위 이상을 받거나, 역사학·문헌정보학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 기록물관리학 교육과정(1년)을 밟은 자만 채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 2월 관련 법률이 개정돼 학위 소지자도 뽑을 수 있게 했다. 중앙부처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으로, 지방자치단체는 필기시험 6~7과목까지 거쳐 기록연구사를 선발한다.

기록연구사는 각 부서가 행정기록물을 2년간 보관하다가 이를 기록관으로 보내주면 그때부터 기록물의 생로병사를 책임진다. 특히 보존기간이 도래한 각 기록물을 평가해 폐기, 재책정, 보류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기록물평가심의회에서 기록물의 수명을 최종 결정하지만, 기록연구사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기에 기록물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전문성과 직관력을 갖춰야 한다고 박 연구사는 강조했다. “유일본인 기록물은 한번 폐기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폐기란 위험하고, 영구로 평가되는 기록물 1%만으로 후대 사람들이 현재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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