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언어발달지도사인 이현주씨가 다문화가족 자녀의 언어발달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세상을 바꾸는 직업 ⑫ 다문화 언어지도사
2009년 도입…187명 활동
언어치료학·유아교육학 등
대학서 전공해야 지원자격
2009년 도입…187명 활동
언어치료학·유아교육학 등
대학서 전공해야 지원자격
통계청 자료를 보면, 결혼이민자나 귀화자 자녀는 이미 지난해 12만명을 넘어섰다. 농촌지역 초등학교는 평균적으로 전체 학생의 3분의 1이 다문화가족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언어발달 지체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은 912명을 분석한 결과 38%가 언어발달 지연이나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족 자녀를 파악해 평가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지원하는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다. 바로 ‘다문화 언어발달지도사’다. 2009년 2월 정부의 ‘다문화가족 자녀 언어발달지원사업’의 일환으로 11명이 선발·양성된 뒤 수요가 급증해 현재 187명이 활동하고 있다. 우선 여성가족부와 전국다문화가족지원사업단이 해마다 공고하는 채용과정에 합격한 뒤 다문화 언어발달지도사 양성과정(100시간)을 이수해야 지도사가 될 수 있다. 대학교나 대학원에서 언어치료학이나 언어병리학, 언어청각학, 유아교육학, 보육학, 아동복지학 등 언어발달 및 아동교육 관련 학문을 전공해야 응시자격이 생긴다.
서울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센터에서 일하는 이현주(41)씨는 미국에서 겪은 경험 때문에 언어발달지도사의 길을 선택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1년 정도 체류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아이들이 미국 학교에 갔는데 ‘자폐아’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적응을 못했죠. 아이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꽃이나 나무보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학교에는 언어발달을 지도하는 교사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한국에 돌아온 이씨는 서강대 평생교육원에서 유아언어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뒤 공부를 좀더 하고 싶은 마음에 단국대 대학원에서 언어병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때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결혼 뒤 방과 후 논술강사로 일했던 경험도 언어발달지도사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그는 생후 12개월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40여명의 언어발달을 도왔다. 대부분 부모와 함께 다문화가족센터에서 개별수업을 하고, 때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시설로 찾아가 2~3명씩 모아 가르치기도 한다. 언어발달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최대 1년 정도 걸린다.
언어발달지도사의 매력을 이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문화 자녀들은 1~2년 지체된 경우에도 수업을 하다 보면 스펀지처럼 흡수해 실력이 향상됩니다. 말 한마디도 내뱉지 않던 아이가 3개월 만에 종알종알 떠들면 부모는 벅찬 감동에 눈시울을 붉힙니다. 당연히 다문화가족이 훨씬 화목해지죠.” 그래서 언어발달지도사는 아이는 물론 부모와도 상담할 수 있는 친화력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한다. 또 아이들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잘못된 행동도 참을성 있게 고칠 수 있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이씨는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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