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려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던트’가 늘어나면서 자기계발을 통해 아예 특정 분야 전문가로 거듭나는 직장인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근로자 자기계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6%가 ‘자기계발을 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업무능력 향상’(41.1%)을 가장 많이 꼽았고,‘이직’(24.4%), ‘자기만족’(22.9%), ‘연봉인상’(6.2%), ‘은퇴준비’(2.8%) 등의 답변이 뒤따랐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사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을 통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나가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변신’에 성공한 직장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트리즈 전문가 신정호씨
관련 책·학회 통해 경험쌓아 창의적 아이디어 메일 ‘인기’
■ 트리즈 전문가로 탈바꿈한 연구원 신정호(38)씨는 ‘트리즈’(TRIZ) 전문가다. 트리즈란 러시아 해군 특허심의관이던 겐리흐 알트슐레르가 200만건 이상의 특허를 분석해 정립한 40가지 발명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트리즈 경영이란 이름으로 창의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신씨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엘지(LG)전자 생산기술원 책임연구원인 신씨가 트리즈를 처음 접한 것은 2005년. 회사가 트리즈를 본격 도입하던 무렵이다.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땄지만 컨설팅 경력이 전혀 없던 신씨는 트리즈를 담당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역이 없을까 고민할 때 트리즈를 접했고 그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트리즈 관련 서적 20여권을 읽고 러시아·유럽·일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해 구체적인 사례를 접하면서 점차 평범한 직장인에서 트리즈 전문가로 성장해갔다.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은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 도레미송을 개사해 핵심적인 발명원리 8가지를 담은 ‘발명송’을 만들기도 했다. 엘지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에 나설 기회가 늘어나자 재미있는 강연을 위해 마술까지 배웠다. 신씨는 “나만의 영역이 만들어지자 퇴직 뒤의 삶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프레젠테이션 달인 김삼임씨 자비로 외부기관 수강 ‘열정’교과부 등 강사 초대 잇따라
■ 회의 진행 넘어 ‘프레젠테이션 달인’으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로 활동하는 서울시 공무원 김삼임(40)씨도 자기 계발을 조화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퍼실리테이터란 윗사람 등 몇몇이 주도하는 회의 방식에서 벗어나 참석자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도록 돕는 회의 진행자를 말한다. 서울시가 2007년 양성·심화과정을 통해 60명을 육성했는데 김씨도 그 가운데 한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기 돈 180만원을 내어 외부기관의 전문과정을 이수하고 연구포럼에도 꾸준히 참여해 실력을 쌓아갔다. 그 결과 서울시 퍼실리테이터로 공인받아 창의경영 사례발표 등 다양한 회의를 이끌게 됐다.
‘프레젠테이션 달인’이란 이름을 얻은 것도 이 무렵이다. 김씨는 수시로 교육과학기술부, 국민권익위원회, 조달청 등에 강사로 초대된다.
좌우명이 ‘날마다 새롭게, 늘 새로워져라’일 만큼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 김씨는 우선 프레젠테이션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며 학구열을 불태웠다. ‘크리스토퍼 리더십’ 코스를 밟고 중앙대 인력자원·개발(HRD) 대학원에서 강의코칭 아카데미를 이수한 김씨는 프레젠테이션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설득하는 작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입소문으로 실력이 퍼지자 영등포구는 7급 공무원이던 김씨를 2006년 지방행정혁신 한마당의 발표자로 선정했다. 대통령상을 타고 서울시 공무원으로 발탁된 건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자기계발 책 14권 낸 신인철씨
글 쓰고 문화예술모임 등자투리 시간 활용 ‘1인자’
■ 저서 14권 낸 자기계발 전문가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는 신인철(35)씨는 홍보 업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자기계발 분야 전문가로 변신했다. 스물아홉살에 첫 책을 출간한 이후 <영웅들의 전쟁>, <팔로어십, 리더를 만드는 힘>, <토요일 4시간> 등 자기계발 관련 책을 무려 열네권이나 출간했다. 또 문화콘텐츠 생산 모임인 ‘낭만공작소’의 대표를 맡고 있고, 직장인들로 구성된 문화예술모임인 ‘르네상스 워커스’의 창립멤버로도 모임을 이끌고 있다. 자기계발과 관련한 강연에도 한달에 한두차례씩 나선다.
신씨의 비법은 자투리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는 것. 그는 평일에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 밤 12~2시나 오전 5~8시에 책을 읽고, 주말에는 집 주변 커피숍에서 글을 쓴다. 신씨는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하는 것보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신정호(38)씨
프레젠테이션 달인 김삼임씨 자비로 외부기관 수강 ‘열정’교과부 등 강사 초대 잇따라
김삼임(40)씨
신인철(35)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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