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회사 우울증’일까?-회사 우울증 자가진단표
회사 밖에선 별다른 증상 없어 ‘게으름’ 오해
기업들 사내 상담 프로그램 ‘비밀유지’가 관건
기업들 사내 상담 프로그램 ‘비밀유지’가 관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직장인이 점차 늘고 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62.9%나 됐다. 2007년 조사 당시 회사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44.6%였던 것과 견주면 직장인들의 심리상태가 더 불안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사 우울증이란 회사 내에서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다가도 회사 문만 벗어나면 활기찬 상태로 돌아가는 상황을 말한다. 회사 밖에서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 탓에 우울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본인은 “괴롭다, 힘들다, 우울하다”고 호소하지만, 정작 회사 내 주변 사람들은 “게으르다, 자기중심적이다”라는 비난을 해대기 일쑤인 것도 특징이다.
■ 당신도 회사 우울증? <아침형 인간>을 쓴 정신과 의사 사이쇼 히로시는 회사 우울증을 다룬 <굿바이, 우울증>이란 책에서 “사소한 일에 상처를 받거나 짜증을 내고, 거절당하는 일에 매우 민감하며, 가끔 버럭 화를 낸다면 회사 우울증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직장 상사에게 질책을 받은 뒤 우울한 기분이 들어 2주 이상 불면증·의욕 저하·식욕 과잉 증상이 계속된다면 회사 우울증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신세대 직장인들은 이른바 뛰어난 ‘스펙’을 지녔음에도 자라면서 적당한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직장 생활에서 조그마한 어려움에 부딪히더라도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잔뜩 움츠러든 직장인들은 모든 것을 남 탓으로 돌리면서 마냥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회사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회사 우울증으로 들어서는 출입문은 바로 직장인 10명 중 9명이 겪고 있는 회사 내 스트레스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917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조직 피로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8%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신체적 이상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량’(34.5%)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일관성 없는 회사 정책’(18.5%), ‘무책임한 상사’(13.0%), ‘과도한 성과 요구’(11.3%),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부담’(11.3%) 등이 뒤를 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기 싫다는 느낌을 거의 매일 받는다고 답한 직장인도 25.6%나 됐다.
■ 회사가 관리한다 회사 우울증은 직장인 본인만 힘들게 만드는 게 아니다. 피해를 입는 건 회사도 마찬가지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회사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의 결근율은 보통 직장인보다 2배 높고, 생산성 손실은 7배나 된다.
이런 이유로 다국적 기업들은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직장인 지원 프로그램(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을 일찍부터 도입했다. 평소에 직원의 심리상태를 진단해 문제를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회사가 돕는 것이다. 직장인 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194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는 미국 기업의 73%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95% 이상이 사내 전문 상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직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엘지(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등 600여개 기업에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상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다가 없앤 기업도 있다.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상담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일부 인사 부서나 상사들이 상담실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상담실 방문자 리스트나 상담 내용을 요구해 물의를 빚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심리 상담제도가 성공을 거두려면 회사 우울증을 바라보는 회사의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어?’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보면 개인이나 회사는 상처를 입게 된다. 마치 감기에 걸리면 병원을 찾듯이, 스트레스가 쌓이면 상담실을 방문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회사가 회사 우울증 치료를 독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야말로 회사 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방법으로 꼽힌다. 사이쇼는 “수면과 체온, 호르몬 분비, 자율신경 등을 조절하는 체내 시계가 있는데, 이것이 뒤엉키면 마음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는다”고 진단했다. 체내 시계가 흐트러지면 10시간 이상 잠을 자더라도 부족한 느낌이 들고 아침마다 항상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미, 10대 ‘섹스팅’ 엄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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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우울증’ 현황
구체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야말로 회사 우울증을 이겨내는 첫 번째 방법으로 꼽힌다. 사이쇼는 “수면과 체온, 호르몬 분비, 자율신경 등을 조절하는 체내 시계가 있는데, 이것이 뒤엉키면 마음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쌓이고 심하면 우울증을 앓는다”고 진단했다. 체내 시계가 흐트러지면 10시간 이상 잠을 자더라도 부족한 느낌이 들고 아침마다 항상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미, 10대 ‘섹스팅’ 엄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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