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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직장·취업

스마트폰·태블릿 시대에도 ‘독서경영’은 계속된다

등록 2011-01-19 22:01수정 2011-01-20 09:13

포스코·SK네트웍스, 직원 위한 전자도서관
지난해 직장인 독서량 15권…예상밖 증가세
안경 제조·유통업체인 룩옵틱스에서 정보시스템을 관리하는 배용현(37)씨는 매주 금요일마다 ‘학생’이 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사가 ‘주4일 근무, 1일 교육’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엔 일상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독서토론회를 열거나 경쟁사를 방문하는 등 자기계발 시간으로 하루를 보낸다. 승진을 앞둔 직원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배씨도 2009년 3월 경기도 남양주로 여행을 다녀왔다. 참석자들은 지정도서 3권을 챙겨 간 뒤 하루 종일 읽고 토론하며 의견을 나눈다. 배씨는 “이야깃거리가 없어 말문을 트기 어색했던 다른 동료들과도 자연스레 가까워진다”며 “매주 나를 돌아보고 공부도 하니까 업무능력도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 전문업체인 휴넷 직원들은 해마다 교육을 통해 반드시 365학점을 따야 한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25학점, 영화나 공연을 보면 2학점씩 쌓아가는 식이다. 정보기술(IT)·디자인본부의 김병기(39)씨는 지난해 1000학점 이상을 얻었다. 비법은 바로 독서였다. 어떤 책이든 읽고 간단한 보고서를 내면 3~6학점을 따기 때문이다. 책값은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김씨는 “하루 3시간씩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해마다 120권씩 읽는다”며 “보고서도 특별한 형식 없이 반 페이지 정도라 부담없다”고 말했다. 책을 많이, 빨리 읽는 노하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씨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 관련 서적을 10권씩 차례로 읽는다”며 “처음 세 권을 읽고 나면 나머지는 술술 넘어간다”고 답했다. 독서습관 덕분에 김씨는 공인중개사와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잇따라 취득했고, 올해는 직업상담사에도 도전한다.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직장인의 독서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가 ‘2010년 직장인 독서경영 실태’를 조사해 보니, 직장인의 평균 독서량은 지난해 15.5권으로 2009년(11.8권)보다 3.7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 독서량은 7권이나 더 늘어난 22.5권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송영숙 도서경영연구소 소장은 “스마트폰 탓에 독서환경이 나빠질 것이라 우려했지만, 되레 이동성, 편리성, 휴대성이 강화되면서 독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기업 가운데 디지털도서관의 선두주자로는 포스코가 꼽힌다. 2006년 개설된 포스코 디지털도서관은 현재 웹 기반 1540권, 스마트폰 기반 378권을 소장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296권에 이른다. 특히 스마트폰용 전자도서는 책을 요약한 형태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에스케이(SK)네트웍스도 지난해 연말부터 최고경영자(CEO)의 추천도서를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창규 사장이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을 사내 게시판에 소개하면, 직원들이 읽고 후기를 남기는 방식이다.

회사 차원에서 책읽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곳도 있다. 부동산개발·사업관리 회사인 한미파슨스는 2003년부터 ‘독서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팀별로 희망도서를 신청받아 공동으로 구입한 뒤 팀원들이 돌려가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다. 회사는 또 연간 20만원씩 책을 살 수 있는 온라인머니도 직원들에게 지급한다. 본죽 등 한식 브랜드로 유명한 본아이에프는 독서아카데미를 열어 전 직원이 해마다 50권의 책을 읽는 운동을 벌인다. 월간 필독서와 분기별 필독서를 선정하고 매월 두차례씩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해 업무에 적용할 점을 토론한다.

애경도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책 구입비를 지원한다. 애경은 1년에 12권씩 책을 구입하도록 권장하는데 업무와 관련 없더라도 읽고 싶은 책이면 무엇이든 구입할 수 있다. 책읽기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저자와의 만남 행사도 연다. 지난해에는 정호승 시인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시’라는 주제로 강의해 호응을 얻었다. 인재개발·파견업체인 제니엘은 독서토론회를 정례화해 도서지식을 나눈다. 매월 둘째와 셋째 주 목요일 오전 7시30분에 팀장급 이상과 일반 직원들이 따로 모여 책과 관련한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한다.

송영숙 소장은 “독서경영은 구성원의 개별적 사고가 집단 토론을 통해 확장돼 거대한 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과정”이라며 “책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가 고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증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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