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이수자 연주소리 앱에 담아
“아이들이 게임하듯 우리 소리 좋아하길”
“아이들이 게임하듯 우리 소리 좋아하길”
[세상을 바꾸는 직업] ② 전통악기 앱 개발
‘스마트폰으로 사물놀이 공연을 한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민경국(34)씨는 스마트폰을 돌리거나 누르면 사물놀이 악기의 소리가 재생되는 앱을 개발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장구, 징, 꽹과리, 북을 이용해 모든 장단을 연주하는 것을 녹음한 뒤 컴퓨터 음악가가 그 소리를 디지털로 변환시켜 앱에다 담았다. 누구라도 간단한 작동법만 익히면 전통문화 이수자처럼 즉흥적으로 사물놀이를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디지노리’(디지털과 놀이의 합성어)다.
중소기업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민씨는 8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1인 기업 ‘한샘뭇씀’(하나의 샘을 여럿이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뜻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의 순우리말)을 세웠다. 그는 전통문화와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한국형 앱을 개발하고 싶어 지난해 2월 경북 안동으로 이사했다.
민씨가 처음 개발한 프로그램은 ‘사물놀이’ 앱이었다. 전통문화 대중화에 관심이 많은 신준하(31)씨 등 젊은 예술가 4명이 그의 뜻에 동참했다. 이들은 ‘갠’ ‘지갠’ ‘갠지’ 등 꽹과리 소리, ‘궁’ ‘쿵’ ‘따’ ‘다르르르’ 등 장구 소리, ‘덩’ ‘더’ ‘그덕’ ‘딱’ 등 북 소리, ‘징’ ‘짓’ 등 징 소리를 수십, 수백번씩 연주해 가장 좋은 소리를 뽑아냈다. 컴퓨터 음악을 전공한 이동규(29)씨가 전통악기 소리를 녹음해 디지털로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디지노리 연주법은 간단하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누르면 가운데서는 강한 소리가, 주변에서는 약한 소리가 나온다. 스마트폰을 왼손으로 돌리고 오른손으로 누르면 소리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한다. 사물놀이 앱의 장점을 신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악기의 타법을 배우려면 최소한 1~2년이 걸린다. 전통악기를 익힐 수 없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물놀이를 연주하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디지노리가 공연을 펼치면 어디서든 탄성이 쏟아진다. 관람객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PC)를 들고 나와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특히 지난해 안동을 방문한 외국대사들이 공연을 보고 기립박수를 보내 유명해졌다. 국회 1인 콘텐츠 전시회, 경북 과학문화 축전, 주요 20개국(G20) 방송통신 미래체험전 등에 잇따라 초대되더니, 올 3월부터는 안동영상미디어센터 ‘웅부안동쇼’에서 한달에 두차례씩 정기공연을 열기로 했다. 민씨는 “디지털 영상과 전통악기 소리가 어우러진, 아날로그로는 보여줄 수 없는 공연을 기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지노리의 꿈은 공연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목표는 교육이다. “요즘 아이들은 전통악기를 듣지 못한 채 자라고,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지면 귀를 막고 도망간다. 스마트폰 앱으로 전통악기를 체험하면 아이들이 게임처럼 우리 소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민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정은주 기자
하지만 디지노리의 꿈은 공연에서 멈추지 않는다. 다음 목표는 교육이다. “요즘 아이들은 전통악기를 듣지 못한 채 자라고, 사물놀이 공연이 펼쳐지면 귀를 막고 도망간다. 스마트폰 앱으로 전통악기를 체험하면 아이들이 게임처럼 우리 소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민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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